문화일보가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 동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여야 원내대표의 찰떡궁합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사자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설처럼 써진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문화일보는 11일 5면 기사 <朴대통령 순방, 전순옥 동행 여야 원내대표 ‘합작품’>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16∼21일)에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동행하기로 한 데에는 여야 원내대표의 찰떡궁합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전 의원의 박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은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부녀와 전 의원 남매 간 정치적 화해”라고 평가했다.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노동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문화일보는 전 의원의 동행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만나 전 의원의 동행을 조심스럽게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원내대표가 “그동안 야당이 대통령 순방 동행을 번번이 거부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전 의원이 동행토록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화합과 소통의 사인을 보내는 게 좋겠다”고 박 원내대표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또한 “청와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던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향해서도 전 의원의 동행을 건의했으며 청와대도 이 원내대표의 아이디어에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여야 간 소통정치를 위해 여당의 제안을 길게 고민하지 않고 야당으로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박 원내대표의 결단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 11일자 문화일보 5면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화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11일 오후 2시5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오후 현안브리핑 자리에서 “일부 보도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어제 오후 새누리당에서 박명재 의원이 동행하기로 했다는 말씀을 듣고 박영선 원내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우리당에서는 대통령 순방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것이고, 첫 소통의 시간이니 만큼 민주화와 노동인권의 상징성이 있는 전순옥 의원이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전 의원을 추천했다”며 “그래서 박영선 대표가 이완구 대표께 우리당에서는 전순옥 의원이 동행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보도와 달리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변인은 또한 문화일보 보도를 두고 “오늘 한 석간 보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소설처럼 쓰여 있는 부분이 있어서 바로 잡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허민 문화일보 정치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한다. 새정치연합 쪽으로부터 연락 받은 것이 없었다”면서도 “예상컨대 정치인들이 자기 주도성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허 부장은 “이완구 대표가 출입 기자한테 이야기해서 쓴 기사로 알고 있다”며 “좋은 이야기, 미담 기사인데 설마 사실이 아닌 것을 이야기했을까 싶어서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미디어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이 바뀌길 요구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바뀌겠다고 하는 측면에서 같이 해야 한다”고 동행 취지를 밝혔다. 전 의원은 “대통령이 살면서 본 것이 나와 다를 것이고, 국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대통령이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한 “내가 먼저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진행되는 것을 몰랐는데 결정된 이후에 알았고, 원내대표님이 말을 하길래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화해와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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