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11일 <뉴스9>를 통해 보도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KBS는 이날 교회 장로인 문 후보자가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제주 4·3사건을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등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자의 발언도 발언이지만 이날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이 보도를 KBS가 했다는, 그 자체다. 길환영 KBS 사장 해임이후 KBS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KBS 보도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일 KBS는 문창극 후보자 발언 외에도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2꼭지로 다루었는데, 이 역시 이전 보도와 확연히 비교된다. 그 동안 KBS는 밀양 송전탑 보도를 잘 하지 않았는데 이날은 정부와 한전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 2014년 6월 12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11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 승리와 길환영 사장의 해임 이후, ‘대통령 비판 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고백이 무색할 정도로 KBS 뉴스9는 정부와 검찰에 대한 비판 기사가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을 강하게 시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KBS본부는 “11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10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관련 뉴스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곧이어 기자 4,5명이 이틀 동안 준비한 문창극 후보에 대한 검증 기사가 발제됐다”며 “아이템 발제에 대해서 편집회의에서는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통과됐고, 톱뉴스로 세 꼭지가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 2014년 6월 12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현재 KBS보도국은 지역본부 평기자로 인사발령 된 6명의 보직사퇴 부장을 제외하고 기존 부장들이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남은 부장들도 보직을 사퇴했지만 후속인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보도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지난달 19일 임명한 박상현 국장 그대로다.

결국 길환영-김시곤 체제에서 KBS 보도본부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KBS 뉴스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파업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BS의 한 기자는 “파업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프로세스가 바뀐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보도국 간부들이) ‘너희가 취재해서 검증된 것이라면 틀어주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예전처럼 보도를 막거나, (주제를)바꾸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2014년 6월 12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본부는 KBS 사내 커뮤니티에서 “파업한 보람이 있네”, “상한 우유만 먹다 신선한 우유 마시는 기분”, “문창극에서 송전탑 뉴스까지 18분간, 시청자들에게 KBS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유를 확실히 보내줬네요” 등의 문자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권오훈 본부장은 “현재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까지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내부에서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오늘 같은 뉴스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될 것”이라며 “공정보도를 목표로 한 파업을 승리로 끝낸 만큼, 성역 없는 취재와 치우침 없는 보도로 잃었던 시청자의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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