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 특강에서 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 “우리민족 DNA는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이라는 등의 망언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여당 의원들조차도 문 후보자의 발언은 총리 후보자로서는 부적절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후보자의 문제 발언에 대해 “교회에서 한 강연이었다고 하지만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한 식민사관을 그대로 옹호하고 미화한 것은 대단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그런 말을 해도 비판해야 할 텐데 우리나라의 총리 후보, 그것도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교수가 이런 역사인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를 대상으로 한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문 후보 측의 해명에 대해서도 “교회 신도들도 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고 아무리 교회에서 한 강연이라도 할 소리와 안 할 소리를 구분해야 하는데 교회에서 했기 때문에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문 후보자의 주장을 1%라도 공감할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 11일 방송된 KBS <뉴스9>
 
그는 이어 “더군다나 책임총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인식의 발언까지 한 것을 보면 국민 여론을 본인이 확인해 보고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국민적 여론이 대한민국 총리로서 적합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면 자진 사퇴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전 KBS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자의 발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국민 정서에 안 맞는 얘기는 분명하다”며 “청문회에서 문 후보자에게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줘야겠지만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되면 물론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밖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게 아니라 아베 총리가 일본에 각료로 임명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역사관과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에 위배되는 심각한 인사”라며 “이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총리가 아니라 주요 공직에도 나설 수 없는 상태”고 지적했다.

한편 정문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문 후보자의 망언을 겨냥해 “대한민국 사람의 말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라며 “청문회 절차도 있겠지만 그 절차가 통과되더라도 이러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국정 운영에 앞날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같은 자리에서 “예전 몇 마디 가지고 문 후보자의 삶을 재단하고 그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진영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편을 갈라 매도하고 딱지붙이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고 분열의 정치, 갈등의 정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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