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6·10 민주항쟁 27주년을 맞아 행진한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6·10 청와대 만인대회’를 열다가 무더기로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시민을 비롯한 일부 대학생이 크게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하지만 경찰이 ‘폭력 연행’을 숨기기 위해 허위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저녁 ‘가만히 있으라’ 공식 페이스북에는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열린 6·10 만인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 방송차 위에서 끌려 내려오던 중 바닥으로 추락해 피를 흘린 한 대학생 사진이 올라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해당 사진과 함께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이라고 외치는 청년들을 경찰이 고착시켰고 고립된 상태에서 해산명령을 했다”면서 “보다 못해 방송차 위에 올라간 청년들 4명이 경찰이 끌어내리는 와중에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피가 나고 찰과상을 입었다. 기침을 하니 피가 나온다. 경찰이 쓰러진 사람을 화풀이하듯이 군홧발로 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으로 해당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면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영상자료 등을 확인한 바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과 같은 내용의 피해자는 없었다”며 “더구나 현재 경찰은 군화를 착용치 않고 있으므로 군홧발로 짓밟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0일 ‘가만히 있으라’ 공식 페이스북에 6·10 만인대회에 참여했다가 다쳤다고 올라온 글과 사진에 대해 해명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이날 대회에 참여했던 복수의 참여자들과 피해 학생 지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당 사진의 인물은 실제 방송차 위에 올라갔다 끌려 내려온 홍아무개(22) 학생이 맞으며 차에서 떨어져 다친 뒤 바로 경찰에 연행돼 현재 남대문경찰서에 입감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 홍보담당관실 뉴미디어홍보계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청 경비부에서 방송차 위에 올라간 상황의 채증 영상을 확인해 보니 그 시점에서 해당 글과 같은 상황이 없어서 올린 것”이라며 “차 위에 올라간 4명의 인상착의와 사진에 찍힌 사람이 매치가 안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진에 찍힌 학생이 실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그것까지는 확인이 안 된다”면서 “만약 피해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서울청 청문감사관실로 정식 조사를 요구하라고 댓글도 남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의 광범위한 사이버 댓글 활동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는 ‘탑시’(TOPSY)와 같은 트위터 글 분석 사이트를 활용해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을 검색하고 있다”며 “‘경찰’로 검색해서 사실과 다른 글이 올라오면 언론 오보에 대응하듯이 댓글을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 같은 댓글 활동에 대해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경찰이 조금만 확인해 보면 연행됐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런 확인도 못하는 것도 문제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더 문제”라며 “집회가 자유롭게 보장되면 경찰이 이런 짓을 안 할 텐데 이미 국민 통제와 감시에 역량이 집중된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늘상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청와대 만민공동회와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등 종교·시민단체 등이 10일 저녁 8시경부터 청와대로 향하는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6·10 만인대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이 ‘미신고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이후 집회 참여자들 일부는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했고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대학생 등은 삼청동 총리공관 쪽으로 이동해 만인대회를 이어갔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불허하고 연행 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72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훈방 조치된 미성년자 3명, 모 인터넷 매체 기자 1명 등 4명을 제외한 68명이 현재 서울 시내 8개 경찰서에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대회 도중 경찰이 참여자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된 후 치료를 받다가 11일 새벽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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