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몸담은 인사가 청와대 주요 요직을 맡은 경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KBS 기자 출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월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전날까지 KBS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를 했다. 민 대변인의 청와대행 직후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은 성명을 내 “민 씨는 대변인 인선 발표 당일인 오늘(2월 5일)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참석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고, 인선 발표 10분 전에야 해당 부서 팀장들에게 인사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며 “민 씨가 공직에 나서야 할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도 언론인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첫 홍보수석을 맡은 바 있다. 이 사장은 SBS에서 편성국장, 예능국장, 기획본부장, 제작본부장을 거쳐 SBSi 대표이사, SBS 콘텐츠허브 사장,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2월 이 사장은 SBS 이사회 의장을 맡다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윤창중 대변인 성희롱’ 파문으로 사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사장은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올 3월부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윤창중 전 대변인도 언론인 출신이다. 윤 전 대변인은 1981년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코리아타임스, KBS, 세계일보,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김행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도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였다.
▲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 ⓒ KBS | ||
청와대로 들어가는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0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어느 분야 인재나 갖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와대의 오만함을 지적하고 싶다”며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금도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로 향하는 언론인들의 관행도 비판 대상”이라며 “언론인이 권력 줄대기에 혈안이 된 모습은 후배 언론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미디어 소비자들이 한국 언론을 불신하는 현상도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인의 정치 접근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언론인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인이 바로 정치권,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언론인이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되는 사례는 일부”라며 “한국은 권언유착의 역사가 유구하고, 이미 지켜져야 할 금도가 무너졌다. 언론인이 아무 때나 정치권에 가게 된다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결국 느슨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