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 신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8일 청와대 ‘직행열차’를 탔다. 서울신문과 YTN을 거친 윤 수석은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부름을 받기 전까지 디지털 YTN 사장이었다. 언론인 출신이 곧바로 청와대로 향한 것에 정치권 안팎으로 논란이 컸다. 10일 발표한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도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 시작해 대기자까지 오른 언론인이다.

언론사에 몸담은 인사가 청와대 주요 요직을 맡은 경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KBS 기자 출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월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전날까지 KBS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를 했다. 민 대변인의 청와대행 직후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은 성명을 내 “민 씨는 대변인 인선 발표 당일인 오늘(2월 5일)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참석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고, 인선 발표 10분 전에야 해당 부서 팀장들에게 인사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며 “민 씨가 공직에 나서야 할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도 언론인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첫 홍보수석을 맡은 바 있다. 이 사장은 SBS에서 편성국장, 예능국장, 기획본부장, 제작본부장을 거쳐 SBSi 대표이사, SBS 콘텐츠허브 사장,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2월 이 사장은 SBS 이사회 의장을 맡다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윤창중 대변인 성희롱’ 파문으로 사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사장은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올 3월부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윤창중 전 대변인도 언론인 출신이다. 윤 전 대변인은 1981년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코리아타임스, KBS, 세계일보,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김행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도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였다.

   
▲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 ⓒ KBS
 
언론인의 청와대 진출은 MB 정부 때도 논란이었다. MB 정부 말기 대통령실장을 지냈던 하금열 전 SBS 상임고문과 홍보수석이었던 최금락 전 SBS방송지원본부장 모두 SBS 출신이다. 홍상표 전 YTN 상무도 MB 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0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어느 분야 인재나 갖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와대의 오만함을 지적하고 싶다”며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금도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로 향하는 언론인들의 관행도 비판 대상”이라며 “언론인이 권력 줄대기에 혈안이 된 모습은 후배 언론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미디어 소비자들이 한국 언론을 불신하는 현상도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인의 정치 접근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언론인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인이 바로 정치권,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언론인이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되는 사례는 일부”라며 “한국은 권언유착의 역사가 유구하고, 이미 지켜져야 할 금도가 무너졌다. 언론인이 아무 때나 정치권에 가게 된다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결국 느슨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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