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시장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7석 중 9석을 차지한 것에 비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에 사실상 완패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6개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117곳, 새정치민주연합이 70곳, 무소속이 29곳에서 당선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이 92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결과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부산과 대구·울산·경북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강원(원주)과 경남(김해)도 각각 1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호남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북에선 14개 시·군 가운데 익산·김제·완주 등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전남에서도 22곳의 기초지자체 중 목포·순천·광양 등 8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이처럼 호남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많이 나온 것은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 등으로 갈등을 겪은 데다 구 민주당계와 안철수계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전략공천 분란으로 경쟁력 있는 다수 예비후보가 불공정 경선에 반발해 줄지어 탈당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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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정치평론가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의 기초단체장 선거 부진에 대해 “기초단체장 뿐만 아니라 세월호라는 미증유의 참사 국면에서 ‘박근혜 지키기’ 대 ‘국민 지키기’라는 전체 선거의 프레임 싸움에서 진 것”이라며 “기초 선거에는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멸했는데 서울도 다분히 박원순이라는 걸출한 후보의 장점과 인기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기초공천 과정에서의 내분과 관련해서도 “공천 혁명의 상징으로 호남 몇 퍼센트 물갈이를 내세웠는데 호남은 누구를 시켜도 우리 편이라는 오만과 잘못된 전통이 자리 잡고 있어 공천을 못 받은 현역들의 반발이 크다”며 “당의 명령에 승복하는 것이 정당인의 의무이자 자세이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정당 풍토”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가 열세인 것과 달리 서울 지역 구청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25개 구 가운데 20개 구에서 후보자를 당선시킴으로써 압승을 거둔 것도 ‘박원순 효과’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평가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과 보수 성향의 고승덕 교육감 후보의 ‘딸 파문’ 등 여권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론이 조성됐음에도 새정치연합은 서울에서 2010년보다 오히려 1구를 더 뺏겼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이날 오전 박광온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선거의 결과는 정권의 일방통행과 일방독주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야당에게는 더 분발하고 견제하라는 독려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었다”며 “이번 선거의 결과는 승리와 패배로 구분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며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아픔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엄중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 한 명의 광역·기초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한 진보정당들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5일 논평을 내어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34명 합계 37명의 후보가 당선됐지만 기대했던 기초단체장은 아쉽게도 배출하지 못했다”며 “광역비례 정당득표율은 약 4.3%를 획득해 진보정치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평가를 아프게 새기겠다”고 말했다.

12명의 기초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그친 정의당도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천호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정의당이 아직 대안의 진보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좌절마저 사치이기에 이번 선거 결과를 근본부터 성찰하되 흔들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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