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보다 ‘언론’이 중요한 선거였다.
지상파 3사 보도는 ‘부족’했다. 특히 보도량에서 부족했다. 파업 중인 KBS를 제외하면 MBC, SBS 두 방송사 선거 보도는 하루 평균 세 리포트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집중한 JTBC가 네 개 리포트를 평균적으로 보도한 것에 비하면 체면치레도 못한 것이다. 대신 브라질 월드컵 소식은 빠뜨리지 않았다.
보도의 질은 어땠을까. MBC는 지난달 23일부터 ‘6·4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광역단체 후보의 정책을 소개했다. 그러나 여야 각 캠프 주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 검증보다는 주장의 ‘전시(展示)’에 급급했다. 뉴스만 보고선 어느 후보 공약이 현실성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29일부터는 ‘격전지를 가다’ 타이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시청자와의 약속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 5월 26일자 MBC 뉴스데스크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논란 가열> © MBC | ||
MBC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이 SBS를 통해 부족하게나마 풀릴 수 있었다.
MBC는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6일 열두 번째 소식으로, 통합진보당 측과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을 다루었다. MBC는 “문재인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서 정당해산심판이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측과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불가방침을 밝혔고 새누리당은 종북정당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SBS, JTBC는 리포트 말미에 관련 소식을 짤막하게 다루었다.
MBC가 기껏해야 세 꼭지로 선거 보도를 했던 걸 생각하면 이날 단독 리포트는 이례적이다. 보도를 통해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는 뜻일 터. 공영방송에서 여과 없이 ‘종북’이란 단어가 나온 것만 봐도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MBC는 지난 2일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격전지에서 사퇴하는 소식을 단독 리포트로 다루며 ‘먹튀’라는 멘트를 앵커 입으로 전했다. SBS, JTBC는 여·야의 공방 하나로 이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3일 “여야 두 거대 정당 얘기만 나오고 있다. 소수 정당도 지지율이 2~5%에 달할 만큼 비중이 있지만 방송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MBC는 특정 정당과 후보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 정당 소식을 다뤘다. 선거 막바지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조중동 보수 언론, 종편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