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에서 6·4 지방선거는 ‘곁다리’였다. 국민 관심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쏠렸다. 다수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어 지역 일꾼이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안대희 총리 후보자 사퇴 등 굵직한 사건도 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다.

KBS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느 때보다 ‘언론’이 중요한 선거였다.
지상파 3사 보도는 ‘부족’했다. 특히 보도량에서 부족했다. 파업 중인 KBS를 제외하면 MBC, SBS 두 방송사 선거 보도는 하루 평균 세 리포트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집중한 JTBC가 네 개 리포트를 평균적으로 보도한 것에 비하면 체면치레도 못한 것이다. 대신 브라질 월드컵 소식은 빠뜨리지 않았다.

보도의 질은 어땠을까. MBC는 지난달 23일부터 ‘6·4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광역단체 후보의 정책을 소개했다. 그러나 여야 각 캠프 주장을 동일한 비중으로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 검증보다는 주장의 ‘전시(展示)’에 급급했다. 뉴스만 보고선 어느 후보 공약이 현실성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29일부터는 ‘격전지를 가다’ 타이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시청자와의 약속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 5월 26일자 MBC 뉴스데스크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논란 가열> © MBC
 
반면 SBS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시도지사 후보 공약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해 2일 마무리했다. 완결성에서 MBC보다 나았고 내용도 보다 구체적이었다. SBS는 예산과 재정의 현실 가능성을 주로 짚었다. 이 시리즈는 후보 공약을 비교하면서 재정 조달 방식을 따져 보고, 이행 가능성도 평가하는 기획이었다. 지난 1일 SBS는 경기도지사 후보들을 비교했다. “3천억 원을 들여 남경필(새누리당) 후보가 만들겠다는 마을 공동체인 ‘따복 마을’에 대해 매니페스토본부는 주민센터, 부녀회 등과 기능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김진표(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보육교사 7만 명의 교육공무원화 공약의 경우 김 후보가 제시한 2조 7천억 원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이 SBS를 통해 부족하게나마 풀릴 수 있었다.

MBC는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6일 열두 번째 소식으로, 통합진보당 측과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을 다루었다. MBC는 “문재인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서 정당해산심판이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측과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불가방침을 밝혔고 새누리당은 종북정당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SBS, JTBC는 리포트 말미에 관련 소식을 짤막하게 다루었다.

MBC가 기껏해야 세 꼭지로 선거 보도를 했던 걸 생각하면 이날 단독 리포트는 이례적이다. 보도를 통해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는 뜻일 터. 공영방송에서 여과 없이 ‘종북’이란 단어가 나온 것만 봐도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MBC는 지난 2일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격전지에서 사퇴하는 소식을 단독 리포트로 다루며 ‘먹튀’라는 멘트를 앵커 입으로 전했다. SBS, JTBC는 여·야의 공방 하나로 이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3일 “여야 두 거대 정당 얘기만 나오고 있다. 소수 정당도 지지율이 2~5%에 달할 만큼 비중이 있지만 방송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MBC는 특정 정당과 후보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 정당 소식을 다뤘다. 선거 막바지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조중동 보수 언론, 종편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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