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보도가 잇딴 물의를 빚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만 부각하는 리포트를 내보내 지난 4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더니, 지난달 9일 ‘김정은-무인기’ 화면 합성 논란으로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못 돼 초대형 오보를 냈다. YTN은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YTN 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 본문에 나온 ‘주변국’(Neighbors)을 잘못 해석한 탓이었다. ‘원칙 없는 인사’와 ‘제 식구 감싸기’가 화근이라는 분석이 YTN 내부서 나오고 있다.

“YTN, 충성 여부로 인사 결정”

YTN의 중견기자 A는 2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특파원이 보내는 기사는 1차적으로 특파원을 믿고 내보낸다. 그러나 일정 정도의 검증과 필터링은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며 “현재 YTN은 ‘사내갈등’으로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번 오보사태도 이런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현 YTN 내부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원인 하나로 꼽았다. 그는 “더 큰 문제는 특파원 선발에 있어서 회사는 자질 또는 업무 능력보다 노조와의 친소 여부 등을 먼저 따져 왔다”며 “그동안 모든 사안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A 기자는 “개인 실력보다 회사에 충성할 사람을 주로 특파원을 보냈다”며 “사실 고등학생도 이런 식으로 해석하거나 번역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그간 원칙 없는 인사 기준을 보면 예상할 수 있던 것이었다”고 밝혔다.

YTN은 MB정부 이후 ‘공정방송’을 사수하려는 구성원과 ‘낙하산 인사’로 안팎의 비판을 받은 배석규 현 YTN 사장의 대립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이거나 노조와 친분이 있는 인사는 승진에서 배제해 YTN 내부가 부침을 겪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또 다른 YTN 기자 B는 “특파원 지원을 두고 경쟁이 붙었을 때, 언제나 배 사장 측에 협조적이었던 사람이 선발됐다”며 “언제부턴가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로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배 사장에 충성할 수 있느냐가 유일한 인사 변수”라고 비판했다.

   
▲ 위에서부터 3월 12일자, 5월 10일자, 5월 30일자 YTN 방송 (사진 = YTN)
 
보도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해당 당사자의 책임을 묻는 조처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쉬쉬하는 관행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얘기다. 정몽준 후보만 부각시켜 선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호준석의 뉴스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심위는 해당 영상이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제1항 및 제2항, 제6조(형평성)제1항을 위반했다”며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지만 YTN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박철원 YTN 홍보팀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선심위 측에) 제작진 의견을 개진한 상태이며 결정 통지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 통지서가 오면 다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특파원 징계와 관련, “현재 사내에서도 사안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B 기자는 “(‘호준석의 뉴스인’은) 누가 봐도 형평에 어긋난 방송이었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 소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많다”며 “지난달 30일 특파원의 오보 같은 경우는 즉시 소환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다수 구성원이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특파원을 처벌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YTN 보도 ‘흔들’은 당연

개인 능력과 무관한 인사 발령과 책임을 묻지 않는 행태가 보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C 기자는 “무능력한 인사가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YTN에는 ‘편집 기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큰 틀에서 보도 방향이 잡히지 않으니 속보에 급급해하게 되고 문제 많은 리포트가 속출한다”고 지적했다.

C 기자는 특히 정치부 주요 인사를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 국면에서 YTN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현장 기자들은 데스크와 싸우면서 사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했다”며 “사회부 기자의 이런 노력이 정치부 뉴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야 YTN의 신뢰가 높아질 텐데 정치부 데스크에서 정부 대응 비판이나 정치권 인사의 논란 발언 등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아래 YTN공추위)는 지난달 26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시신 1구당 500만 원’ 발언 △서남수 장관을 두둔한 민 대변인 발언 △ ‘청와대가 KBS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정홍원 전 총리 발언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반값등록금’ 발언 논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전관예우 논란 등이 YTN에서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낙하산 사장 선임 이후 YTN 인사 기준은 노조 성향이냐 아니냐다. 노조와 친하다고 생각하면 인사에서 배제한다”며 “그렇다 보니 주요 데스크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방송을 만들고, 시청자가 원하는 보도는 방송하지 않는다. 유병언 보도가 그 예다”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특파원 오보 건과 관련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대형 오보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 때 YTN 보도 개선을 미력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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