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 총파업 2일차에 접어들면서 KBS 방송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현재 뉴스나 라디오 등에서 프로그램 진행자가 바뀌고 불방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당장 차질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제작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30일, 뉴스앵커가 전원 교체됐고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2TV의 <굿모닝 대한민국>은 3MC체제에서 황수경 아나운서 단독 MC로 교체됐다. 1TV의 간판 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도 이성민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로 MC가 바뀔 예정이다. 또한 토요일 방송되는 <추적 60분>과 <세계는 지금>도 불방되거나 파행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 가는 대목은 2TV 주말연속극 <참 좋은 시절>이 이번 주말까지 예정된 녹화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KBS 1TV에서 일요일 오전 방영하는 <산 넘이 남촌에는> 역시 30일 예정된 녹화가 취소된 상황이다. 라디오에서도 진행자가 잇달아 교체되고 몇몇 프로그램은 불방 되는 파행운영을 빚고 있다.

   
▲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하면서 KBS 양대노조 조합원들이 세월호 보도를 비롯해 지금까지 공정하지 못했던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만 <1박2일>이나 <정도전> 등 드라마나 예능이 당장 이번주에 결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예능프로나 드라마는 1~2주 제작을 안 한다고 방송에 차질을 주기는 어렵다”며 “사전제작한 분량이 있고 간부급들이 직접 연출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파업 상황이 전달되는 것은 아직 뉴스나 라디오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드라마 제작의 특성상, 기존 스태프의 뒷받침 없이 드라마 제작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다다음주 쯤에는 드라마에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그콘서트의 경우 현재 제작PD가 빠지면 CP가 와서 제작하겠지만 기존 PD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KBS본부는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히 국민여러분의 응원은 바라지 않지만 외면은 하지 말아달라”며 “국민들이 명령한 이번 싸움에 반드시 승리해 국민의 방송 KBS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KBS 직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파업 첫날부터 곳곳에서 방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KBS의 얼굴인 9시 뉴스를 비롯해 TV와 라디오의 거의 모든 생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일부 비노조원이나 간부, 프리랜서 진행자로 교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와 예능을 비롯한 사전 제작 프로그램의 경우도 미리 제작된 방송분이 나간 뒤 며칠 내로 결방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KBS본부는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전국동시지방선거 방송과 2주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 방송 또한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길게는 수년간 기자와 PD, 기술과 경영 등 KBS 내 모든 직종의 직원들이 피땀 흘리며 준비했던 방송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방송 파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저희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이나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하며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에 헌납해 온 길환영 사장을 몰아내지 않는 한 우리가 내보내는 그 어떠한 뉴스와 프로그램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이번 싸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길환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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