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가 29일 새벽 5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9년 김인규 전 사장 취임 반대 파업 부결로 노동조합이 분열된 이후 첫 공동파업에 나선 것이다. 노동조합이 갈라지기 전 마지막 파업은 당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에 반발해 벌인 2009년 7월 파업이다.

이후 2010년 KBS본부가 방송공정성 관련 조항을 단체협상에 삽입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은 KBS가 KBS본부가 요구한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KBS의 수신료 인상 원칙을 KBS본부가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 30여일 만에 마무리됐다.

2012년에도 KBS본부의 파업이 있었다. 이 해 3월, 언론사들의 잇따른 파업 중 KBS본부도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석 달여 동안 진행된 파업은 공정방송위원회 강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 등 일부 성과를 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3년에는 KBS노조의 파업이 있었다.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벌어진 첫 파업이다. 당시 KBS노조는 생방송을 앞둔 스튜디오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KBS노조는 지배구조개선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역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곧 파업을 접었다.

   
▲ KBS 구성원 2198명이 KBS이사회가 열리기 직전인 28일, 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을 요청하는 연명부를 보냈다.  사진=KBS 기자협회
 
그러나 기존 파업과 이번 양대 노조 공동파업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양대 노조가 갈라진 직후 처음으로 공동 파업을 벌인다는 점이다. 2009년 파업은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에 비록 탈퇴한 상태였지만 KBS도 참여한 형태인데 비해 2014년 파업은 길환영 사장과 청와대의 보도개입 논란으로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황이라 결속력이 비교가 안 된다.

두 번째는 간부들의 참여다. 기존 파업이 벌어졌을 때 KBS는 대체인력이 있어 방송제작에 큰 차질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는 보도본부 보직간부 대부분을 포함해 KBS 팀장급 중 70%정도가 보직을 사퇴하고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양 대 노조가 파업 지침을 통해 “2014년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독립 쟁취를 위한 파업은 KBS내 모든 노동조합과 직능협회, 부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모두의 뜻을 모아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한 역사적인 공동투쟁”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법적 해석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동안 보도공정성 논란 등으로 파업에 돌입했을 때 KBS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현행 법률에는 근로조건과 관련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전 파업 당시에는 ‘보도공정성’이 근로조건에 포함될 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는 언론사 파업의 경우 ‘보도공정성’을 ‘근로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제 초점은 KBS 양대 노조의 파업이 방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모아진다. KBS본부에 따르면 29일 파업 시작과 함께 몇몇 앵커들이 돌아가면서 뉴스진행을 맡고 있고, 2TV의 굿모닝 대한민국은 3MC 체제에서 황수경 아나운서 혼자 진행을 맡았다. 아울러 소비자리포트도 불방됐으며 라디오뉴스는 5분 방송에 그치고 있다.

라디오도 편성이 어긋나면서 재방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KBS는 오는 3일 예정된 1TV 저녁일일극 ‘고양이는 있다’ 제작발표회도 취소하는 등 업무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KBS 측은 29일 이번 파업에 대해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상황에서 양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이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참여하거나 파업찬반투표 등을 거쳤다고 해서 파업의 불법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KBS 측은 “회사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타협과 관용이 없음을 명확히 선언하고, 사규위반에 따른 징계책임과 불법행위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내외의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명분 없는 파업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큰 희생을 강요하고 회사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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