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결국, 사퇴했다. 전관예우와 고액수임료가 문제가 됐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더 이상 버티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준 가족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검증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장에 세울 수 있을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세월호 국정조사에 청와대 비서실과 안보실을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증인 채택은 합의가 안되는 부분인데 심지어 ‘왕수석’을 국정조사장에 부르겠다는 것, 이는 이날 국회를 찾아 여야를 압박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힘일 것으로 보인다.

전남 장성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대부분이 취약계층의 노인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다음은 29일자 전국단위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근혜식 파행인사 어디까지…>
국민일보 <전관예우 논란에…안대희 전격사퇴>
동아일보 <안대희 사퇴…국정공백 장기화>
서울신문 <전관예우에 날아간 ‘공직개혁 간판’>
세계일보 <또 인사 실패…발묶인 국가개조>
조선일보 <안대희 전격 사퇴…늪에 빠진 박 정부>
중앙일보 <돈 앞에 무너진 ‘국민검사’>
한겨레 <안대희 낙마…박근혜 정부 또 ‘인사 실패’>
한국일보 <전관예우 안이한 검증 청와대 책임론 떠올라>

그라운드 떠난 구원투수, 청와대는 “응?”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안 총리 후보자는 28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진사퇴했다. 대법관 출신으로 ‘청렴’ 이미지를 안고 살아온 그가 불과 5개월여 만에 16억이나 수익을 올렸다는, 그것도 ‘전관예우’라는 부적절한 방식을 이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탄을 받았다.

   
▲ 조선일보 5월 29일자. 1면.
 
그의 해명도 석연치 않았다. 3억을 기부했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총리 지명 불과 며칠 전에 벌어진 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매관매직’ 논란으로 불거졌다. 이렇게 점점 불어난 의혹은 세월호 참사 수습에 애쓰던 정부여당에도 충격을 줬고, 결국 보수언론까지 등을 돌렸다. ‘격식’을 중시한다는 그이기에, 이런 논란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어쨌든 간신히 등판시킨 구원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하고 누워버린 꼴이라, 청와대가 입을 타격이 크다. 청와대도 안 후보자의 사퇴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배포된 종합일간지 대부분엔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사과와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 한겨레 5월 29일자. 2면.
 
우선 청와대의 당혹스러움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1면 <안대희 전격 사퇴…늪에 빠진 박 정부> 기사에서 “박 대통령은 정부 혁신과 인적 쇄신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첫발을 떼기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며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말 그대로 (청와대는) 그라운드 제로 상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9·11테러 현장과 같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2면 <사퇴 예상못한 청와대 참모들, TV로 회견 보다가 ‘탄식’>기사에서 “청와대는 이른바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며 “청와대 분위기는 정부 출범 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후보자가 사퇴 기자회견을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참모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책임, 분노의 언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론들은 일제히 박근혜 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안 후보자 낙마 전에도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낙마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 중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은 ‘인사 시스템’의 문제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도 도마에 오른다. 국민일보는 2면 <또 구멍뚫린 사전검증…김기춘 책임론 다시 도마 위에> 기사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주도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국민 정서상 이해하기 어려운 후보자가 걸러지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5월 29일자. 2면.
 
야권에서도 김기춘 실장의 책임론이 부상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 실장은 이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자는 검증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야당이 모든 것을 정쟁거리로 삼아 ‘슈퍼갑’으로 나오는 횡포”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안대희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무총리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무성 의원,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 전윤철 전 감사원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수석’은 증인대 앞에 불려나오고

인사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조만간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에 불려나올지도 모르겠다. 여야는 28일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김기춘’이란 이름을 빼는 대신 ‘비서실장’이란 직함을 박은 것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이를 ‘전례가 없다’며 반대해왔다.

세월호 유족들이 국회로 달려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라 압박한 것에 여야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족 40여명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및 증인(출석), 자료 공개 등을 강제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성역 없이 투명한 조사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5월 29일자. 4면.
 
유족들은 여당이 관행을 이유로 김기춘 실장의 이름을 국정조사계획서에 기재하는 것을 반대하는데 대해서도 “그 관행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죽었다”며 “아이들이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죽었는데 뭘 또 기다리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는 지금 세월호 선장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들이 침몰해가는 국회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무력한 이사회, KBS는 파업으로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28일 오후 이사회 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에 따라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9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 한국일보 5월 29일자. 11면.
 
KBS이사회는 마지막 최후발언을 통해 의견분포를 감안했을 때, 찬반 동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이길영 이사장이 표결연기를 요구했고 결국 오는 6월 5일 오후 4시 다시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양대 노조는 예고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양대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노조가 갈라진 이후 처음이다. KBS 전체 직원 중 양대 노조 구성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KBS는 방송이 멈출 위기에 놓여있다.

한편 동아일보는 KBS 관련 기획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동아일보는 <불륜-막말 판치는 ‘공영방송’…심의제제 건수 상업방송 능가> 기사에서 “KBS는 보도 기능만 상실한 것이 아니라 상업채널과 구분이 안 되는 막장 오락물은 더 큰 문제”라며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교양 수준을 높이는 공영방송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언에게 도망치라는 검찰과 언론

유병언 전 세모 회장에 대한 추격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병언 회장은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꾸 검찰과 언론이 수사 방향을 흘린다. 29일 조간도 마찬가지다. 유병언 일가의 재산 2400억을 묶어두고 유병언이 순천을 빠져나가 구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고 보도했다. 유병언이 구례에 있다면 둘 중 하나다, 바보거나 언론을 안보거나

   
▲ 서울신문 5월 29일자. 10면.
 
조선일보가 통합진보당이 28일 개최한 세월호 참사 관련 토론회를 ‘괴담 토론회’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는 격침” 국회서 ‘괴담 토론회’ 연 통진당>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통진당이 낄 곳이 없다”고도 밝혔다.

   
▲ 조선일보 5월 29일자. 8면.
 
29일에는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이 6·4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방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와 사실상 마지막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다시 새누리당이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 동아일보 5월 29일자. 6면.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에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45.5%를 기록해 32.7%의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에 오차범위(±4.38%) 밖에서 앞선다. 강원도에서는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33.7%를 얻어 새누리당 최홍집 후보의 31.9%와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0.5%, 정몽준 후보가 39.6%였다. 부산에서는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41%를 기록해 40.2%의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 앞섰다. 인천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41.4%를 기록, 39.5%의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초박빙 양상이다. 경기도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38.6%를 기록해 34.3%의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앞섰다. 강원도는 최문순 후보가 39.6%, 최홍집 후보가 38.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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