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500여 개의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언론시민단체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 사장 해임을 위한 ‘국민촛불행동’을 개최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4시에는 KBS 본관 6층 회의실에서 길 사장 해임 여부를 결정할 KBS 이사회가 열렸다.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노예로, 관제 사장의 머슴으로 살던 KBS 노동자들이 오늘(28일) 이사회 결과에 따라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며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시키지 않으면 내일 새벽 5시부로 전면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 총파업은 KBS본부 1200여 명의 조합원뿐 아니라 2000여 명의 KBS노동조합, 보직사퇴한 330명 모두가 참여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부끄럽지만 이렇게 늦게라도 싸우는 이유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진실을 말해달라는 시청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28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행동’에 참여해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권 본부장은 “2014년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위한 싸움에서 KBS 구성원이 맨 앞에서 싸우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 반드시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청와대가 KBS에서 손을 떼는 그 순간까지 싸우고 또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는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는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들을 위한 진상규명 위원회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의 이름은 우리말로 ‘이제는 그만’”이라며 “세월호 뿐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나타난 죽음의 행렬에 대해 우리는 ‘이제는 그만’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밝혔다.

91년까지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필명을 떨친 김 대표는 “KBS 길환영 사장에 대해서도, 박근혜식 억압 정치에 대해서도, 이 땅의 신자유주의 정치에 대해서도 이제는 그만이라고 강렬히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자 생활 때 많은 사람으로부터 ‘네가 기자냐’라는 질책을 많이 들었다”며 “지금은 기자를 향해 ‘기레기’라고 한다. 사실상 인간이 아닌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이다. 진정한 언론의 길은 인간을 회복할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 언론시민단체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길 사장 해임을 위한 ‘국민촛불행동’을 개최했다. (사진 = 이치열 기자)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지금 이 현장은 가장 혁명적인 언론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며 “용기있는 KBS 언론 노동자들의 뜻을 적극 지지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언론은 오래 전에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죽음의 늪에서 깨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쫓겨 날 때와 비교하면 현재 KBS 투쟁은 희망의 빛이 보인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길환영 사장 하나 집에 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무너진 대한민국, 기능 잃은 대통령, 망가진 정부조직이 다시 되살아나지는 않는다”며 “법과 정의를 무너뜨리고 세월호 참사를 뒷전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악어의 눈물만 흘리는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의 현실을 바로 세우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촛불’을 함께 들었다. 이들은 지난 17일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염호석 씨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묻기 위해 상복을 입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삼성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8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길 사장 해임을 위한 ‘국민촛불행동’에 참여해 언론노조 KBS본부의 투쟁을 지지했다. (사진 = 이치열기자)
 
이동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은 “언론에 우리의 요구를 알릴 길이 없어 상복을 입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승엽 홈런에 이건희 회장이 눈을 떴다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리 조합원 3명에는 무관심했다”며 “그동안 우리는 길 사장의 뜻이 KBS의 뜻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KBS에서도 양심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진심으로 KBS 언론인들을 기다려 보겠다. 오늘 이 촛불이 변화하는 언론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힘 없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언론이 전무한 현실에서 KBS의 양심들의 투쟁을 끝까지 기다리고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대책위원회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KBS 투쟁에 대해 ‘이번 파업이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이명박 정권 이후로 KBS는 계속 청와대 하수인이었다. 청와대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유가족들은 국회 의자 위에서 이불을 덮고 주무셨고, 시위라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시던 분들이 국회 앞에서 자신이 적은 피켓을 손에 들고 1인 시위를 하셨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KBS의 싸움이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유가족과 우리 모두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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