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세월호 참사 초기인 지난달 19일, 진도 사고해역 부근에 있는 KBS 생중계 취재진의 배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의 주장에 대해 KBS는 “취재진을 격려차 방문한 것이며 잠시 휴대전화로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한 것”이라 해명한 바 있다.

KBS노조는 이에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의 당시 사고해역 방문은 ‘직원 격려’ 차원이 아닌 사장 개인의 홍보용도였다고 재차 주장하며 사진 촬영도 길환영 사장이 주도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KBS노조는 당시 길 사장의 모습을 찍은 ENG카메라 영상과 증언 녹취를 공개했다.

KBS 측은 앞서 “사장의 방문 행사에는 사보 게재 등 기록성을 위해 홍보실 사진요원이 수행하지만 이번 방문은 현장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현장 스태프조차 방문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공식 촬영계획도 잡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고 해역에서 고생하는 KBS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KBS노조 측은 홍보실 카메라는 없었지만 ENG카메라가 길 사장의 동선을 따라다녔다고 폭로했다. KBS노조는 “급박한 구조 현장이나 유가족 상황 등을 취재해야 할 KBS 촬영기자가 내내 사장의 동선을 쫒아가며 촬영에 동원됐다”며 “촬영기자가 찍은 영상에는 선실 안에서 길환영이 사측 간부 여러 명을 대동하고 방송요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등 세월호 사고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장 홍보성 컷들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 KBS 노동조합이 공개한, 지난달 19일 길환영 KBS사장의 진도 세월호 참사 현장 부근 KBS 중계팀 선박 방문 모습. ENG카메라로 촬영된 것이다. 사진=KBS 노동조합
 
또한 KBS노조가 참석자의 증언을 녹취해 밝힌 바에 따르면 길 사장은 ‘이왕 온 김에 사진 한 번 찍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두 차례 이루어졌다. 또 다른 녹취에는 당시 현장을 촬영했던 당사자가 사진을 지운 사실을 시인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KBS노조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KBS 측은 “당시 중계차를 실은 페리는 높은 파도 때문에 주변 항구에 피항해 있던 상태로 구조현장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피해자 가족들과의 접촉도 이뤄질 수 없는 장소였다”고 주장했으나 KBS노조는 “조합이 입수한 원본 영상을 보면 길환영 사장의 모습 뒤로 사고 해역 주변의 구조선박과 크레인의 모습이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해역 인근이라는 것이다.

KBS노조는 “온 국민을 슬픔과 고통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나흘째였던 지난달 19일 KBS의 구조 작업 생중계가 진행 중이던 페리 선상에 길 사장과 직원들이 나타났고 길 사장은 페리 1층에서 미소 띤 얼굴로 현장 관계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환담을 했다”며 “길 사장 건너편에선 한 회사 관계자가 스마트폰 각도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사장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 없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소중한 자녀와 가족, 친지 등의 생사조차 모른 채 가슴 졸이던 그 시각,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그토록 직접 눈으로 보고파도 접근조차 못했던 그 사고 해역 인근에서, 길 사장은 슬픔을 억누른 채 현장을 취재하고 중계하는 직원들을 대동하고, 그것도 모자라 현장 취재에 투입돼야 할 ENG 카메라까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주는 가운데, 유람하듯 페리 선상을 누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