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을 앞두고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공동 결의대회를 열어 이사회의 길 사장 해임을 촉구했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28일 오전 KBS 신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동료들이 하나같이 길 사장의 퇴진만이 KBS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은 “그 간의 파업이 협회원들이 노조에 흡수되는 형태의 파업이었다면, 이번은 다를 것”이라며 “외부에서 우리의 싸움을 노사 대립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이 있다. 그걸 떨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위해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8일 오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기자협회와 PD협회 공동 결의대회에서 기자와 PD들이 길환영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홍진표 KBS PD협회장은 “결의대회에 앞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 KBS 직원들에게 이사회의 길 사장 해임을 호소하는 호소문에 대한 서명을 요청했는데 2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서명에 응했다”며 그만큼 길환영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고, 더 이상 길 사장을 KBS라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홍 협회장은 “기자협회의 제작거부가 10일 째 이어지고 있고, PD협회도 제작거부 중이다. 양대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도 이 상황을 모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않고 밍기적거리면 KBS는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고 경고했다. 홍 협회장은 또한 “우리는 방송의 자율성과 제작의 공정성을 회복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러면 우리는 또 다시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홍진표 KBS PD협회장이 호소문에 동참한 PD협회원들의 명단을 피켓에 붙이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홍진표 KBS PD협회장이 호소문에 동참한 PD협회원들의 명단을 피켓에 붙이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날 결의대회에는 방송기자연합회와 타사 기자협회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전동건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KBS 동료들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이번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국민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며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은 직업윤리를 되살리고 방송 공정성을 되살리는 추상적인 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승원 MBC 기자협회장은 “지금 KBS 사장의 모습은 170일 간 파업을 하며 MBC가 매일 겪었던 모습”이라며 “김재철 전 사장의 행태를 길 사장이 똑같이 하고 있다.  길 사장이 김 전 사장에게 전화해서 노하우라도 전수받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조 협회장은 “MBC와 KBS의 결론은 달라야 한다”며 “세월호 보도를 두고 MBC가 더 심하게 무너졌는데 지금 MBC는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다. KBS의 싸움을 보며 뒤에서 지지하고 박수만 보내고 있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협회장은 이어 “KBS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방송사는 다 무너진다. KBS가 승리해야 MBC도 싸울 수 있다. 그래서 고맙다”고 말했다. 조 협회장은 MBC파업이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언급하며 “법리논쟁을 다 떠나 공정방송을 위해 언론노동자가 싸우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잘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모인 기자들과 PD들은 길환영 사장의 제작개입 사례를 소개하고, 호소문에 동참한 KBS 직원들의 이름을 피켓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 염지선 KBS PD가 길환영 사장이 제작본부장 시절부터 제작에 개입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KBS 직원 2100여명의 이름을 담아 작성된 이 호소문에서 KBS 구성원들은 “KBS의 구성원들이 피땀을 흘려 공정한 선거방송과 즐거운 월드컵 방송을 약속했지만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공영방송은 그 존재가치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청자와의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KBS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며 “우리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방송현장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이사회에 길 사장 해임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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