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을 축소하고, 재산 환원만 강조하며 여전히 편향적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지상파 3사 메인뉴스가 다룬 안 후보자 리포트는 총 3개(SBS 2개, KBS1개, MBC 0개)다. MBC는 안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개별 리포트로 구성하지 않고, 대신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를 정리한 리포트 <‘농약 급식’ 여야 난타전>에서 여야 공방 소식 하나로만 전했을 뿐이다.

SBS, 리포트 2개로 정교하게 검증

SBS ‘8뉴스’는 2번째 꼭지(<‘전관예우’ 논란 가열… ‘사퇴’ VS ‘흔들기’>), 3번째 꼭지(<“퇴직 후 사건수임 안하겠다”고 했는데‥>)에서 안 후보자 ‘전관예우’ 논란을 다뤘다.

SBS는 지상파 3사 중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SBS는 “안 후보자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대학교와 사회복지시설, 정치후원금으로 1억 7천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며 “가장 최근에 기부한 3억 원에 대해선 지난달 24일에 유니세프 측에 세월호 참사 관련 기부를 문의한 뒤 지난 19일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SBS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전관예우로 번 돈을 기부해 총리 자리에 앉겠다는 건 매관매직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2년간 이른바 관피아 경력을 가진 사람은 공직자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안대희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며 “새누리당은 변호사로 일하며 번 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만큼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 SBS '8뉴스' 27일자 (사진 = SBS 화면)
 

SBS는 다음 리포트에서 “안대희 후보자는 과거 대법관 청문회 때 퇴직 후에 구체적인 사건은 수임하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며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안대희 후보가 수임한 사건은 판결이 난 것만 6건이다. 특히 법원 사건부터 수임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는 “안 후보는 2012년 7월 대법관에서 퇴직한 뒤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대법관과 고검장 출신인 안 후보가 대법원 사건 4건, 4대강 입찰 담합에 연루된 건설사 간부 사건과 기업 대표의 횡령 사건 등 형사사건 2건,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시절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을 맡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라고 밝혔다.

SBS는 “승소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전관예우로 판결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문제는 수임료”라며 “대법관과 고검장 출신이 아니었다면 다섯 달 동안 16억 원이라는 수임료를 벌어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파업전야’ KBS, 3번째로 다뤄
KBS도 하는데 MBC는?

KBS ‘뉴스9’은 3번째 꼭지(<‘기부’ 논란에 “좋게 받아들여 달라”>)에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오늘 변호사 활동 수입의 사회 환원 등 자신의 기부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좋은 뜻을 좋게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며 “안 후보자는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기부라는 야당의 문제 제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모자란 점이 참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 MBC '뉴스데스크' 26일자 (사진 = MBC 화면)
 
KBS 양대 노조가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도 KBS는 관련 소식을 3번째로 다뤘지만, 이날 MBC는 안 후보자 논란을 중점적으로 다룬 리포트는 없었다.

MBC는 지난 26일에도 뉴스 후반부인 14번째 리포트로 안 후보자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제목이 문제였다. 이날 제목은 <“늘어난 재산 11억 원 사회 환원”>이었다. 5개월 동안 16억여 원의 변호사 수입을 벌었다는 얘기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환원한 ‘11억 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반면 지난 27일 M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유병언 회장 추적 소식에 심혈을 기울였다. 1번째 꼭지(<‘교육부총리’ 신설 개각 확대>), 2번째 꼭지(<“유병언 일가 신속히 검거”>) 모두 박 대통령의 입에 주목한 보도다. 3번째 뉴스인 <장녀 섬나 씨 프랑스에서 검거>부터, <유병언 '수족' 줄줄이 체포>, <수색·검문 좁혀지는 포위망>, <측근 여성들과 도피 행각>까지 유 회장 관련 뉴스가 줄줄이 이어졌다.

   
▲ MBC '뉴스데스크' 27일자 (사진 = MBC 화면)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예전에 MBC 후배 기자와 함께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해 재산신고서를 낱낱이 파헤쳤던 기억이 난다”며 “그 공직자가 낙마할 정도의 비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MBC에서 ‘검증’은 필수였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현재 뉴스데스크는 ‘검증’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검증을 지시하는 데스크가 없을 뿐 아니라 밑에서 한다고 해도 중간 간부들이 막는 게 현재 MBC다. 공영방송으로서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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