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회의 자리에서 했던 발언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고 후보가 과거 강연회 등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서도 교육감 후보로는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고 후보는 지난 2011년 12월20일 서울 강남의 한 자율형사립고가 주최한 특강에서 ‘대입만이 능사’라는 취지의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포함해 저소득층과 중하위 성적의 학생을 폄하하는 말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고승덕의 ABCD 성공법’이란 주제로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고 후보는 “사회에 나가면 공부 자체는 필요 없지만 국영수를 공부하는 딱 한 가지 이유는 대학교에 가기 위함”이라며 “대학을 가기 위한 다리가 딱 하나 있는데, 그 다리의 이름이 수학과 영어이고, 이 다리는 대학에 가고 나면 필요 없는 다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등생이 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적당히 공부해서 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인생은 바닥으로 떨어진다”며 “대한민국은 생활능력이 없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최하위 계층에게도 여러분의 세금으로 생계비를 주기 때문에 절대 굶어 죽지 않지만, 그렇게 적당히 살겠다는 것은 꿈을 포기하고 앞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지난 2011년 12월20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에서 ‘고승덕의 ABCD 성공법’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와 관련해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부회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본인은 아마도 그렇게 해서 출세를 했고 자녀도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서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의 기본 철학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보인다”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보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편법을 가르치는 고 후보는 교육감이 아닌 학원 원장으로 나서야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희연 후보 측 관계자는 “그의 강의를 보면 고교 교육과정의 존재 이유를 ‘오로지 대학 가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중등교육에서 인성 교육을 포기하는 발언이나 마찬가지”라며 “입시와 성적 경쟁만으로 학생을 판단하고 대학 입학만을 목표로 삼는 게 그의 교육관이라면, 그는 서울시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평가했다.

문용린 후보 측도 “교과목 수업 부담을 대폭 덜어 주겠다던 고 후보가 정작 일선 학교에 가서 우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조하고 성적지상주의로 경쟁교육에서 살아남으라고 발언한 것은 철학의 부재로 보인다”며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은 교육이념으로 일선 학교에 큰 혼란을 일으킬 만한 위험한 실험주의적 교육관을 가진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고 후보는 세월호 희생자 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된 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석해 “전교조와 싸울 용기가 있느냐”는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의 물음에 “전교조만큼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 후보는 문제가 된 발언을 극구 부인하며 “한기총 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에 들어갔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사람도 누군지 잘 모른다”고 해명했지만, 미디어오늘이 당시 한기총 임원회의를 직접 취재했던 복수의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실제 고 후보는 회의 시작 전에 이미 회의장에 도착해 임원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전교조 관련 문제의 발언을 한 후 회의가 끝날 때까지 회의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고승덕 “전교조 수용 못해” 발언 사실… 거짓 해명 논란)

고 후보 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전교조 관련 발언과 보인고 강연과 관련해 “전교조와 관련해선 고 후보가 방송을 통해 밝힌 그대로이고, 해당 강연은 사실대로만 봐달라”며 “고 후보 발언의 해석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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