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일간지 <경남신문>과 홍준표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작은 ‘여론조사’였다.

홍준표 지사는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일 경남신문을 일컬어 ‘찌라시 신문’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날 창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40주년 기념식에 참여하기에 앞서 주요 내빈들과 환담을 가졌다. 경남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오늘 경남신문에 경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라고 묻자 홍 지사는 “경남신문은 안 봐. 찌라시 신문이라 신경도 안 써”라고 답했다.

경남신문은 4월 1일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지사 41.1%, 박완수 예비후보가 32.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홍 지사는 자신이 박완수 후보에 비해 훨씬 앞서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경남신문 여론조사가 그렇게 나오지 않자 ‘찌라시’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 경남신문의 입장이다.

   
▲ 4월 1일자 경남신문 1면
 
다음날인 2일 홍 지사는 경남신문에 사과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경남신문 기자협회에 “경남신문의 최근 보도에 불만이 있어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찌라시 신문이라는 표현은 특정 후보에 치우쳐 보도하는 일부 군소신문들에 대해 한 말이지 경남신문에 한 말은 아니다”라며 “진의에 상관없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신문을 향한 홍 지사의 ‘막말’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경남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홍 지사는 창원시내 한 일식집 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남신문 임원과 마주쳤는데, 홍 지사는 임원에게 “(경남신문에) 많이 시달렸다. 경남신문은 박완수 신문이다. 안상수(새누리당 창원시장 후보)와 잘해보라”며 “(경남신문이) 어떤 기사를 써도 신경 쓰지 않겠다. 지방신문 도와줘도 소용 없더라”라고 말했다. 경남신문은 당시 홍 지사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전했다.

경남신문은 홍 지사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경남신문 편집국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홍 지사의 발언은 10만 경남신문 독자와 120명의 경남신문 종사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경남신문을 ‘박완수 신문’이라 말한 근거를 밝히고, 근거없는 발언에 대해 도민과 경남신문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경남신문은 사설과 국장들의 기자수첩을 통해 홍 지사의 발언을 비판했고, 경남신문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경남신문지부 등도 홍 지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 5월 19일자 경남신문 1면
 
홍준표 지사 측은 “선거기간 중에는 (사과 요구에) 답변하지 않고, 선거 끝나고 정리해서 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장수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준표 지사는 폭언이나 설화 등 경남신문 측이 주장하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워딩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폭언이라 할 상황이 아니었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그냥 한 말을 폭언이라고 하는 것은 그쪽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경남신문 한 기자는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과정이 치열했다. 경남신문이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는데 홍준표 지사 쪽이 보기엔 마뜩찮았던 것 같다”며 “우리는 중도를 표방하지만 독자들은 경남신문을 보수언론으로 본다. 홍 지사 쪽은 보수인데 왜 자기네에 우호적이지 않나, 이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5월 20일자 경남신문 1면
 
홍준표 지사가 언론과 마찰을 빚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지사는 지난해 7월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해 홍 지사를 비판한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와 부산일보 기자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했다며 각각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창원지법은 27일 부산일보 보도가 “허위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원고(홍 지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홍 지사는 지난 2012년 10월 도지사 경선에 나서면서 ‘경남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발표했는데, 기자들이 공약의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묻자 “시비를 거는데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나가버렸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 홍 지사는 2011년 7월 당 대표 시절 경향신문 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고, 같은 해 11월 기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11월 내 처리하지 못하면 (기자에게) 100만원을 주고, 처리하면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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