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호텔킹’(연출 김대진·장준호, 극본 조은정)의 김대진 PD가 작가 일방의 요구로 방송 10회 만에 교체되는 사태가 22일 전체 총회를 계기로 봉합되고 있다. 하지만 MBC PD들은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장근수 드라마본부장, 김진민 CP와 평PD들은 22일 ‘호텔킹’을 끝으로 조은정 작가와 계약을 해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쓰기로 입을 모았다. 그러나 연출을 담당했던 김 PD는 하차를 최종 결정했다. ‘작가 교체 불가’를 이유로 MBC가 사실상 조 작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총회에 참가한 한 MBC PD는 27일 “(총회 결과는) 모두가 동의했다기보다 PD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측면이 크다”며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볼모로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받아들인,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출 교체’ 파문은 조 작가가 갑작스레 연출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MBC는 처음에 ‘PD의 일신상 이유’를 들었으나 김 PD가 12일 “드라마를 집필하는 조은정 작가가 연출 교체를 요구해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혀 논란은 커졌다.

MBC 드라마 평PD들은 16일 성명을 내어 “작가가 연출을 교체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본을 쓸 수 없으니 결방과 연출 교체 중 택일하라고 협박했다. 결격 사유 없는 PD를 작가 일방의 주장만으로 교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 MBC 드라마 <호텔킹> (사진=MBC)
 

그동안 드라마 PD나 작가가 방영 중에 교체되는 경우가 적진 않았으나 이번 연출 교체는 무리한 요구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견의 한 드라마 작가는 “(조은정) 작가의 팬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실망했다”며 “내부적인 문제, 사람 관계 문제는 충분한 협의와 대화로 풀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MBC의 한 PD는 “연출에 결격사유가 있거나 도덕적·법적 문제가 있어서 연출의 하차를 강제한다면 얼마든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식으로 연출이 교체되면 연출의 자율권이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라마 제작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MBC PD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유명 작가에 매달리기보다 신입 작가와 신입 PD를 발굴하려는 회사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연출권 회복을 위해 시청률과 광고 등 수치적 압박과 부족한 예산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