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 유가족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후 MBC 전국부장이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아래 일베)에 올라온 글과 거의 동일한 글을 MBC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이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뉴스 원고에 넣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박 부장은 지난 8일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전날에는 MBC 뉴스데스크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리포트를 통해 유족의 조급증이 잠수사의 죽음을 이끌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원순’ 때리는 일베 글
10일 뒤, MBC 게시판에 박 부장 이름으로

박 부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2시 21분 MBC 보도국 게시판에 ‘구룡마을 배경정보.hwp’ 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첨부했다. 내용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룡마을의 재개발 방식을 ‘수용 방식’에서 ‘수용+환지 혼용 방식’으로 바꿔 부동산 투기 세력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박 부장은 “구룡마을 재개발을 수용방식으로 하는데.. 수용을 환지 방식으로 함. 박원순이 자기 맘대로 재개발 방식을 바꾼거임”이라며 “원래 땅은 자연 녹지인데.. 환지 받는 땅은 정비된 땅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땅으로 환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양도세금도 면제된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환지구역은 구룡마을 전체 개발지의 53.2%이다”라며 “2만 5천 제곱미터로 이건 엄청난 특혜다. 이건 명백한 시장 직권을 남용한 비리사건이 된다. 지금 특혜는 땅을 사서 들어온 땅투기꾼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썼다.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구청장 신연희, 새누리당)는 이를 두고 대립하고 있으며, 박 부장의 글은 강남구 측의 주장과 상통한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전·현직 서울시 간부, 일부 지주들을 ‘구룡마을’ 개발 특혜의혹의 관련자로 지목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 ‘좌익은악마’라는 필명의 일베 유저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4시경 <구룡마을 박원숭 비리 요약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박상후 전국부장이 MBC 보도국 게시판에 올린 글과 동일하다. (사진=일베 화면)
 
이 글은 열흘 전 이미 일베에 게시된 글이다. 확인 결과, 일베에 올라온 글은 박 시장을 ‘박원숭’이라고 조롱하는 것만 빼면 박 부장의 글과 다르지 않았다. ‘좌익은악마’라는 필명의 일베 유저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4시경 <구룡마을 박원숭 비리 요약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구룡마을 재개발을 수용방식으로 하는데.. 수용을 환지 방식으로 함..(박원숭이가 자기 맘대로 재개발 방식을 바꾼거임.)”이라며 “원래 땅은 자연녹지인데..환지받는 땅은 정비된 땅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땅으로 환지 받는다”고 밝혔다.

박 부장이 올린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환지구역은 구룡마을 전체 개발지의 53.2%이다. 2만 5천 제곱미터로 이건 엄청난 특혜”라며 “이건 명백한 시장 직권을 남용한 비리사건이 된다. 지금 특혜는 땅을 사서 들어온 땅투기꾼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구글 검색을 통해 제목만 남아 있다. 박 부장이 일베를 자주 접속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베 용어 ‘녹차 티백’ 리포트 원고에 넣기도

그가 ‘일베’에 자주 접속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정황은 또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일 <“수색만 방해” 실종자 가족 분노>라는 리포트를 했다. 뉴스는 “난항을 겪는 실종자 수색의 해결책으로 관심을 모았던 다이빙벨이 결국 철수하면서 한 줄기 희망을 갖고 있던 가족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원고 출고 과정에서 박 부장이 일베 용어 ‘녹차 티백’을 삽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녹차 티백은 일베 사이트에서 다이빙 벨을 조롱할 때 주로 쓰이는 용어다. 물에 담갔다 꺼내는 녹차 티백과 실종자를 구조하지 못하고 철수한 다이빙 벨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보도를 총괄하는 인사가 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를 뉴스 원고에 넣으려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부장은 리포트 원고 출고본(수정 원고)에서 “실종자 수색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비춰져 관심을 모았던 다이빙 벨이 결국 철수하자 가족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농락당했다며 분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물에 담갔다 꺼내기만 해서 다이빙 벨이 ‘녹차 티백’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방송은 기존 원고대로 나갔지만, 이 원고 출고본은 MBC 내부에서도 입길에 올랐다.

MBC본부 ‘색깔론’ 공격 글도 일베 글과 거의 유사 

지난 3월 29일 오전 11시 38분, 박 부장은 <다함께 생각해 봅시다>라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에는 이성주 MBC본부장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나란히 서 있는 ‘경향신문’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박 부장은 이 사진과 함께 진보연대 강령을 언급하며 “아래 사진(경향신문 사진)이나 (한국진보연대) 강령을 시청자가 보면 언론노조는 특정정파나 정당 이데올로기에 편향되지 않는 공평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겠느냐”며 “따로 해석하거나 코멘트하지는 않겠다”라고 설명했다.

   
▲ 일베 유저 ‘스토니코봐’는 2월 <언론노조 클라스 보소. 정말 무섭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의 얼굴이 강조된 이 사진은 한달 후 박상후 부장의 이름으로 MBC 사내 게시글에 첨부됐다. (사진 = 일베 화면)
 

   
▲ 일베에 게시된 글과 박 부장의 글 모두 진보연대 강령 1·2·3·9조를 붉은색 사각형으로 강조했다. (사진=일베 화면)
 
이 글은 이 본부장과 함께 나온 박 대표의 얼굴을 붉은 색 사각형으로 부각시켰고, 진보연대 강령 1·2·3·9조를 같은 방식으로 강조했다. 박 대표를 ‘사상검증’을 하고, 이 본부장이 그의 옆에 서 있다는 이유로 MBC본부 전체를 ‘색깔론’으로 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부장의 글과 동일한 방식으로 MBC본부를 폄하하는 글은 일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 달 전 글이다. 일베 유저 ‘스토니코봐’는 지난 2월 <언론노조 클라스 보소. 정말 무섭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앞서 말한 경향신문 사진을 첨부하며 “MBC 언론노조가 오늘(2월 24일) 기자회견 했는데, 바로 옆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라고 말했다.

이 일베유저는 “한국진보연대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 곳으로 보인다”라며 “언론노조 무섭다. 공중파 언론사 상황이 이렇다니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도 박 대표 얼굴과 진보연대 강령 1·2·3·9조를 붉은 색 사각형으로 부각시키며 MBC본부를 ‘색깔론’으로 비난했다. 첨부된 경향신문의 사진과 진보연대 강령, 이를 강조하려 사용한 붉은 색 사각형의 위치 등이 동일하다. 

미디어오늘은 박 부장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들으려 지난 25일부터 휴대폰과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박 부장은 “수신 거부 하겠다”는 말을 했을 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만약 박 부장이 일베에 자주 접속하는 유저라면, 유가족 폄훼 발언은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베에서는 그런 식으로 유가족을 폄훼하는 주장이 큰 호응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한 공영방송의 부장으로서 공정성이 떨어지는 주장, 조롱적 어휘 등을 거르는 노력 없이 방송에 반영하려고 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며 “일베라는 콘텐츠가 ‘해악이 많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그런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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