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공원 건설공장 현장에서 무더기로 유골이 발견되면서 5. 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행방불명자(행불자)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5. 18 기념재단 측은 조사 결과 5. 18 행불자가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경 청주시 흥덕구 휴암동 흥덕지구 축구공원 건설 공사 현장에서 흙을 파내던 중 420여구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 발견 사실이 알려지자 5. 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행방불명자의 시신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5. 18 당시 희생된 행방불명자는 441명이어서 발견된 유골 수가 비슷하고 특히 유골 한구당 비닐로 싸여져 있어 5. 18 희생자 시신 처리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5. 18 기념재단도 관련 뉴스가 나오자 예의 주시했다. 행불자 시신이라는 의혹을 묻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인터넷에서도 의혹이 확산되자 5. 18 기념재단은 진상조사팀을 꾸려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23일 기념재단은 발견된 유골이 5. 18 희생자의 유골일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5. 18 기념재단은 지난 20일 진실조사팀 인원 4명과 정수만 전 5. 18 유족 회장, 그리고 전남대 의과대 법의학교실 박종태 교수와 함께 청주 유골 현장을 조사했다.

이들은 현장 조사 이전에 비닐에 씌워진 유골이라는 점에서 비정상이라고 판단하고 5. 18 희생자의 유골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현장조사에서 청주시청 노인복지과는 지난 1994년에 2회, 1995년 1회에 걸쳐 현재 공사 현장인 공동묘지에 이장을 했고, 개묘를 위해 공고한 후 유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인도했지만 유가족이 없는 경우 유골의 훼손을 막고자 비닐로 씌워 유골이 발견된 장소에 매장했다고 설명했다.

5. 18 조사팀은 하지만 현재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현장에는 가지 못했다. 대신 청주 흥덕 경찰서를 방문해 비닐에 씌워진 유골과 공동묘지 표지석 등 현장 사진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유골은 철성판(목판) 위에 비닐로 싼 형태였고 유골에 씌운 비닐에는 일련 번호가 부여돼 있었다.

박종태 교수는 소견서를 통해 ▲ 청주시의 도심 확정 과정 중 세 곳의 공동묘지에서 순차적으로 3회에 걸쳐 상기 장소로 이정돼 있다는 시청의 기록이 있는 점 ▲공동묘지 표지석이 있는 점 ▲유골을 비닐로 씌운 방법 및 형태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 "이장 과정에 유골이 비닐로 씌워졌음이 분명하고 5. 18 희생자의 유골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유골 상태와 유골 발견 현장 등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의혹이 사그라들지 의문이다.

5. 18 재단 진실조사팀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문을 품고 의혹이 의혹을 묻는 정황들을 검토한 결과 5. 18 희생자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고 결론을 지은 것"이라고 전했다.
 

   
▲ 5. 18 기념재단이 23일 청주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이 5.18 희생자라는 의혹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비가 오면 유실될 수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유골을 옮겨 근처 창고로 옮겨 놨다고 한다"며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관련 문서와 수사 문건 사진을 보고 종합했을 때 굳이 현장 유골 상태를 보지 않아도 이미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짓고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과 그 이전에 있었던 유골자 수가 일치하고 나무판을 대고 비밀을 씌워 매듭이 지어있고 일련번호가 있다"며 "암매장한 것이라면 유품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옷이나 신발, 시계 등이 발견되지 않아 종합한 결과 정황상 5. 18 희생자 시신이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5. 18 희생자가 청주 지역 무연고자 묘지로 옮겨간 뒤 현재 발견된 장소로 옮겨갔을 가능성에 대해 "이장이 94년과 95년에 이뤄졌는데 94년 이전에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는 자료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박종태 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초 의혹을 갖게 된 이유는 시신이 비밀로 싸여져 있었다는 것이고 비정상으로 본 것"이라며 "조사 결과 사진상 비밀 상태와 이장 기록 등을 보고 5. 18 희생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5. 18 희생자를 찾은 것은 저로서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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