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반값등록금 망언’으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까지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정 후보가 ‘서울시립대 교수들도 반값등록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해 시립대 교수들은 “근거 없는 모욕”이라는 지적했다.

앞서 정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에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린 것을 겨냥해 “시립대 교수를 만나보니 대학 재정도 나빠졌고 연구비와 월급이 깎여 좋아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성백 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반값등록금으로 학교 수준도 높아지고 학생들 부담도 줄어 시립대 교수들도 모두 다 공감했다”며 “누구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수사회로부터 욕먹을 발언이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수 월급은 시립대뿐만 아니라 지방 국립대 교수들도 다 줄었고 오히려 우리는 덜 줄어든 편”이라며 “교수 자녀들도 대학에 가야 하는데 반값 등록금 정책이 더 확대되길 바라지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립대가 대학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등록금을 줄이는 대학운영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하고 등록금은 반값이 아닌 궁극적으로 무상으로 가야 한다”며 “독일 등 유럽의 경우 대학 등록금이 무상일 뿐 아니라 생활비도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등록금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울시립대와 청년 대학생 일동은 시립대 학생회관 앞에서 정몽준 후보의 반값등록금 발언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 교수는 ‘반값등록금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린다’는 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선 “이번에 내가 신입생 지도교수를 맡아 학생들 면담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 수준이 훨씬 나아졌다”며 “예전엔 시립대 학생들 수준에 비해 학교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반값등록금이 시행된 후부터 지명도가 정말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등록금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울시립대와 청년 대학생 일동은 시립대 학생회관 앞에서 정몽준 후보의 반값등록금 발언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반값등록금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시민의 요구는 비록 ‘반값’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반값 그 자체보다 하늘을 찌르는 고액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대학생과 국민의 눈물과 염원이 담긴 표현”이라며 “반값등록금 실시 이후 시립대에서는 정 후보의 이야기와는 달리 학생들은 오히려 시립대 소속의 대학생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졌고 학자금 대출자 수도 1/3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 후보의 반값등록금 폄하 발언과 관련해 “2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소유한 ‘재벌’ 후보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며 “정 후보는 교육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값등록금 폄하 발언에 대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1년 시립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반값등록금 도입을 이끌어낸 김종민씨(29)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지 않아 대학생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그해 7월 고 황승원 시립대 학우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마트 냉동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숨졌다”며 “반값등록금은 학생들이 싸워서 얻어낸 결과물이고, 시립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보다 학업과 자기계발에 매진하며 대학생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시립대 경제학과 4학년 재학 중인 시우 학생도 “반값등록금은 싸구려고 고액 등록금은 명품브랜드라도 되는 듯한 정 후보의 주장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고 대학을 다니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며 “우리와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그는 우리 같은 미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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