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22일 오전 KBS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KBS 기자협회가 제작거부에 돌입한지 이날로 4일 째다. KBS 뉴스는 파행 운영되고 있다. 평일인 지난 16일 KBS 뉴스9는 총 34개의 리포트가 있었지만 19일 12개, 20일 17개, 21일 14개의 리포트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대부분 기자 리포트가 아닌 앵커가 읽는 단신 수준이다.

심야시간 때 방송되는 KBS 1TV의 뉴스라인은 결방이 이어지고 있고, 5시 뉴스도 20~21일 결방됐다. 오전에 방송되는 뉴스광장도 축소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930도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점심에 방송되는 뉴스12는 날씨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BS 기자협회는 제작거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일수 기자협회장은 22일 결의대회에서 “어제 이사회에서 월요일에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수정·보완한 뒤 논의하고 수요일에 표결을 하기로 했다”며 “어제 KBS 4대 협회장이 이길영 이사장을 만났을 때 이사장은 우리와 (현 사태를)보는 시각이 비슷하지만 법적 절차가 엄격해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협회장은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길 사장 해임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간다. 걱정하지 말고 집행부와 비대위를 의지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PD협회도 내일 총회를 갖고 기자들과 함께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앞으로 외부에도 우리의 정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 22일 KBS IBC계단에서 열린 KBS 기자협회 결의대회. 사진=정상근 기자
 
기자협회는 향후 길환영 사장의 보도국 개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는 한편,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대국민 선전전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현택 기자협회 대변인은 “21일 진상조사팀 폭로에 사측이 해명을 하겠다며 자료를 요청해 줬는데 아직 해명을 못하고 있다”며 “추가자료를 찾기 위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경원 KBS 경영협회장도 집회에 참석했다. 김 협회장은 “경영직군이라면 이른바 ‘사측’ 입장에서 일을 하지만 이 시점은 우리가 행동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기자협회의 이번 행동이 사장교체 뿐 아니라 시스템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도 중요하지만 보도공정성을 실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기자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KBS의 한 중견급 촬영기자는 “어느 때는 KBS가 북한뉴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북한 소식만 10~15분이 다뤄질 때도 있었다”며 “지금와서 보니 KBS 뉴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것이 터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KBS 뉴스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나쁜놈은 나쁜놈이라 하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장 앵커는 “앵커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앵커들의 카톡방에서 이 얘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아주 영광스럽게도 첫 번째로 (뉴스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중산층·서민들은 더욱 힘든 상황인데 우리가 힘들다고 할 수 없다”며 “힘든 것을 티내지 말고 즐겁게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팀장급 데스크들도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지난 9일 기자회견 때 배석한 안양봉 팀장은 “이른바 구사대로 호출됐었다”며 “내가 기자로서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기자회견을 감으로서 망가진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자회견 덕에 본질적인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며 “그 큰 싸움에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환 팀장도 “대학졸업 후 20여년 만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단의 자리에 섰다”며 “KBS 뉴스의 자존심이 무너져 이처럼 참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생각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열심히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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