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총리는 “이런 (협조) 요청은 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의 ‘보도 통제’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 총리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 자리에서 “제가 (진도) 현장에 갔을 때 가족 중 한 명이 언론에서 오보 또는 심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가족들의 정신적인 피해가 많다. 용어를 정확하게 ‘언론을 통제해 달라’고 했다”며 “저는 지금 '언론통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정확한 보도를 해 달라 협조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언론에서 정확한 보도를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질의를 했던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런 행동이) 방송 일선에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 총리는 ‘할 수 있는 요청’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정 총리는 “잠수사의 사기가 중요한데 (잠수사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런 요청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여론의 요청, 요망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의견을 표명했다.

   
 
 
정 총리는 논란이 되고 있는 KBS 보도통제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야기했다는 것은 제가 알기로는 지금 이 사태가 위중하니까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쪽 사기를 올려달라는 취지의 뜻으로 요청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요청’이라고 표현을 강조했지만 누리꾼들은 ‘사실상의 통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조폭이 어린애한테 ‘돈 좀 주면 안 되겠니’하면 생 깔 수 있나? 언론 통제가 단순 협조요청이라니 말이 되나”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윗분의 요청은 결국 ‘지시’와 같은 말”이라고 밝혔다. 한 트위터리안은 “그 요청 안 받았으면 어찌 됐겠나. ‘그래 알았어, 요청만 해본 거야. 신경 쓰지마’ 이럴거야?”라며 “그 요청이 압력이야”라고 지적했다.

   
 
 
그런 협조요청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얼마나 일상적이면 이게 보도 통제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건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청와대가 공영방송에 보도요청한 것을 당연하다고 보는 현직 총리. 이 나라를 독재국가로 알고 있는 것이며 박근혜와 국무위원 모두의 생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날 정홍원 총리의 다른 발언도 파문을 낳았다.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이 국정원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원은 TV뉴스를 통해 최초로 사고를 인지했다고 하는데, 국가정보기관이 이래도 되느냐”고 따지자 정홍원 총리는 “제가 듣기로는 (국정원이) 전화로 사고를 보고 받았고, 그 보고는 선원이 한 것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언론 보고 알았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이전에 “세월호 사고를 방송뉴스를 보고 알았고 최초 사고 인지 시점은 4월 16일 오전 9시44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한 시간이 ‘오전 10시 전후’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월호의 사고 발생 시간은 16일 오전 8시 48분이며 단원고 학생이 119에 최초 신고한 시간은 오전 8시 52분이다.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넘어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사실을 총리가 시인한 셈이다.

한 누리꾼은 “정홍원 말에 따르면 온 국민이 모두 인지하고 있던 ‘세월호 침몰’소식을 대통령만 몰랐다는 말이며 세월호만 특별히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었고 국정원이 보고 받았음에도 보고 체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정홍원 총리의 이 날 발언이 ‘폭로’에 가깝다며 “김시곤의 뒤를 잇는 정홍원 기대한다” “정홍원이 청와대의 엑스맨인가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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