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하다 경찰에 연행됐던 한 대학생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글과 집회 참가자들이 유치장에서 쓴 편지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기도 했던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침묵행진을 벌이다 서울성동경찰서로 연행된 고아무개(20)군의 아버지는 19일 유치장에서 성년의 날을 맞은 아들의 페이스북에 축하와 위로의 글을 남겼다.

고군의 아버지는 “유치장에서 성년을 맞이한 나의 아들아! 여러 가지 핑계로 분노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길들여진 어른들을 대신해 차가운 유치장에서 이틀을 보내는구나.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고 가르쳤고, 주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관심을 가지란 말에 너는 부끄럽지 않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써 멋진 어른으로서 한 걸음을 잘 디딘 것 같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잘 정제돼 훌륭한 언론인이 되거라. 갇힌다는 불편도 알았으니 내일 자유롭고 기쁘게 보자꾸나. 다시한번 성년을 맞이한 것을 축한한다. 당당한 어른 초입에 선 준우야!”라고 고군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는 마음을 전했다.

   
▲ 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하다 경찰에 연행됐던 한 대학생의 아버지가 아들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나 또한 이런 아버지가 되고 싶고 나의 딸들도 이런 당당한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분이 계셔서 아직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 절대 굴복하지 말고 힘내길 바란다.”는 등의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아울러 같은 날 경찰에 연행됐던 시민들이 유치장에서 쓴 편지들도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던 김아무개씨는 “세월호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낸 것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유였다”며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시민에게 해가 되는 짓은 하지 말라고 들었는데 세월호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것이 선량하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300명이 죽었는데 아직 그들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공권력은 무력을 사용해 겁을 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한다”며 “내가 두려운 것은 세월호가 조용히 잊히는 것이고, 세월호 피해자가 남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구조됐다고 해서 절대 해결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함께 연행된 조아무개씨 역시 유치장에서 쓴 편지에서 “1980년 광주에서는 사람을 학살하는 계엄군에 맞선 이들이 ‘폭도’라고 불렸고, 2014년 서울에서는 사람을 추모하는 이들을 ‘불법시위대’라 불렀다”며 “진도에서 유족들을 막아섰던 경찰의 모습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보도를 통제하는 언론의 모습에서 자꾸만 80년 광주가 겹쳐 보인다”고 술회했다.

조씨는 이어 “너무나 가슴 아픈 사고였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우리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이 현실에서 가만히 있지도, 가만히 ‘잊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라는 이유로 18일 서울서부경찰서로 연행돼 20일 저녁 가장 마지막에 풀려난 용혜인(25)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은 나의 과거 소속 정당과 단체 등 활동 이력을 묻고 나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와 SNS 글들을 모두 스크랩해 뒷조사를 했다”며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이 있어 질문에 따라 진술을 거부했는데 경찰은 ‘그러면 인정하는 거냐’며 유도 신문을 하거나 위압감을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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