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길환영 KBS 사장이 별도의 비선 라인을 통해 보도국을 사찰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협회는 21일 오후 공개한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의 팩스 송신 내역’을 바탕으로 길 사장은 디지털뉴스국을 통해 뉴스 큐시트를 보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5일까지 디지털뉴스국으로부터 사장실로 모두 12건의 송신내역이 있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그 시간대는 보도본부 부장단 아침 편집회의가 끝나는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사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 사장에게 뉴스 큐시트를 오후 4시경 전달했다고 했지만 그 이전부터 큐시트를 받은 것이다.

길환영 사장은 21일 KBS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담화문을 포함해 몇 차례 ‘보도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보도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뉴스 큐시트를 받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협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길 사장은 뉴스 초기 단계부터 비공식 라인을 이용해 큐시트를 받은 셈이다.

   
▲ 21일 KBS 사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는 길환영 KBS 사장. 사진=정상근 기자
 
기자협회 측 관계자는 “오후 4~5시의 경우 큐시트는 사실상 굳어진 상태라 바꾸기가 힘든 반면, 오전 11시 30분에 나오는 가큐시트는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며 “사장이 의지만 있다면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길 사장의 보도개입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기자협회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보도국 간부들은 ‘이전에도 보고한 적도 없는 사실을 길 사장이 이미 자세히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편집회의에서의 발언이 고스란히 사장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정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디지털뉴스국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자협회가 디지털뉴스국 측으로부터 취재한 해명에 따르면 담당 인사는 “보도국의 공식 지휘라인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지털뉴스국 관계자는 “보도국 현안에 대해 사장에게 조언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고 기자협회는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