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세월호’ 관련 기사 바로 밑에 울고 있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진을 배치한 것을 두고 ‘악마의 편집’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서울신문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5월 13일 서울신문은 정몽준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을 언급하며 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된 날이었기에 1면에 정몽준 후보의 사진을 싣는 것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 사진 바로 옆에 활짝 웃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진이 실리고, 이날 1면 기사 제목이 <죽음보다 아픈 ‘세월호 트라우마’>였다는 것이다.

5월 13일자 5판까지는 정 후보와 박 시장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다. 이것이 10판에서 우는 정 후보와 활짝 웃는 박 시장의 사진으로 바뀐다. 20판에서야 박 시장의 사진만 웃는 사진에서 조금 덜 웃는 사진으로 바뀐다.

   
▲ 5월 13일자 서울신문 초판 1면(왼쪽)과 10판 1면
 
이러한 편집이 가지는 효과는 두 가지다. 우선 정몽준 후보의 눈물과 박원순 시장의 웃음이 대비되면서 마치 박 시장이 정 후보를 조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1면 톱기사 제목 <죽음보다 아픈 ‘세월호 트라우마’>이 사진과 겹쳐지면서 마치 정 후보는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는데 박 시장은 기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누리꾼들은 13일 서울신문의 1면을 ‘악마의 편집’이라 불렀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서울신문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15일 노보를 통해 “공정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선거보도는 어떤 사안보다도 편향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구나 지금은 세월호 사태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 아닌가”라며 “특정인의 의도였든 아니든 이날 1면 덕분에 서울신문은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안에서도 톡톡히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공보위에 따르면 신문 제작 당시 몇몇 야근자가 1면 사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했고, 이에 야간 국장은 “사진은 사진으로만 보라”고 수정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 판을 거치면서 야근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박 시장 측에서 항의전화가 이어지자 20판부터는 박 시장이 조금 덜 웃는 사진으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 5월 13일자 서울신문 20판
 
공보위는 “지면이 나온 다음 날에도 편집국 부장들 누구 하나도 국장에게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신문이 온라인에서 마구 조롱당하고 있는데도 신문 제작에 관여한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치명적인 오보든 실수든 보도에 따른 책임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회사는 즉각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편집국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초판 나오고 회의를 했는데 참석자 중에 한 명이 박원순 시장이 웃고 있는 사진이 나왔는데 낮부터 나온 정몽준 후보의 울고 있는 사진이랑 같이 붙여놓으면 대비가 잘 되겠다고 하더라. 제목은 생각 안 하고 단순하게 대비시키는 차원에서 그렇게 의견을 제시했다”며 “우리는 그렇게 될 줄 몰랐는데, 위의 제목이랑 엮어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 국장은 박원순 시장에 불리한 편집 아니었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일부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국장은 “일부에서는 웃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울고 있는 정몽준 후보의 모습이 선거 결과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정몽준 후보가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말도 했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쪽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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