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청와대의 공영방송 KBS에 대한 개입 실체가 드러나면서 길환영 KBS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청와대의 보도통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며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해 청와대 보도통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언론노조는 21일 오후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보도에 개입해 내용을 통제하려 했다는 것은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범법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며 “범법행위에 연루된 모든 자들을 문책하고 다시는 이런 비정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KBS 기자협회가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 등 양대 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길 사장 퇴진론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길 사장은 퇴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길 사장은 21일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을 특별 담화를 발표해 “명분 없는 불법파업으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버리라”고 경고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유족들이 KBS 앞을 항의 방문했을 때 길환영이 왜 안 나왔을까. 장악된 공영방송에서는 청와대 시그널 없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며 “물러나지 말라는 시그널이 청와대로부터 왔을 것이고 길 사장은 오늘 이를 그대로 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권력의 시그널에 의해 움직이고 부역하는 이들을 다 처단하고 독립된 국민의 언론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21일 오후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KBS 구성원들은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문에서 “지금 이 (세월호) 사태가 위중하니까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쪽(잠수사 등 진도 현장 관계자)의 사기를 올려달라는 뜻으로(방송에 전화를 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보도 관련해 정부가 언론 보도에 개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대한민국 언론환경이 얼마나 후퇴했으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말을 일국의 총리가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라며 “특검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그리고 한국 언론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보도통제와 보도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길환영 사장을 더 이상 KBS의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KBS 안으로 한발자국도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성주 MBC 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이 나온 날 이건 아니라고 외치는 유가족들의 입장을 공중파 중에 유일하게 MBC만 다루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했지만 공중파 중에 유일하게 MBC만 리포트로 다루지 않았다”며 “권력에 완전히 장악된 MBC, 이것이 MBC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이런 내용을 보고서로 알려도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KBS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MBC처럼’이라는 금기어가 있다고 한다”며 “KBS의 싸움을 두고 이제 노조의 방송장악, 좌파공세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질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강성남 위원장과 권오훈 KBS본부장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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