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은 세월호 관련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라가면 결국 ‘보도’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KBS는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정부의 발표만 받아쓰면서 대대적인 수색·구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실제로 사고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제한적이었다. ‘대대적인 구조’는 오보인 셈이다.

KBS는 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사실을 전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전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박수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박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타 언론사가 해경의 구조문제를 짚었을 때, KBS는 계속해서 선원들을 비판하는 기사만 내보냈다.

심지어 내부 소식을 전할 때도 KBS는 왜곡·축소보도를 했다. 김시곤 전 국장이 지난 9일 사퇴 기자회견을 했을 때, KBS는 이 소식만 전했을 뿐, 김 전 국장이 길환영 사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전하지 않았다.

세월호 뿐 아니라 KBS는 지속적으로 정권과 여당에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고 비판받았다. 그리고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를 통해 이런 비판은 정당성을 갖게 됐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정치 보도에 있어서는 개입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정치 부분은 통계를 봐도 금방 아는데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새로 정부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을 자제했고 허니문이 끝나고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당 비판도 내 기억에 한 차례”라며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비판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며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며 “이른바 꼭지 늘리기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여당 모 의원이 TV에서 얘기하는 날은 반드시 전화가 왔다”며 “어떤 이유가 있든 그 아이템을 소화해라.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야당과 섞어서라도 해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사장의 개입이 다른 부분에 거의 없었는데. 국정원 수사에는 일부 있었다”며 “순서를 좀 내리라던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개입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여기에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쪽에서는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에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실을 방문해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길환영 사장도 일부 보도 개입은 시인했다. 길 사장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소식 20분 내 배치 방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 없지만 대통령 관련 뉴스가 로컬(뉴스)에 잘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경에 대한 비판자제 지시도 시인했다. 길 사장은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사장은 많은 사람을 만나 상당히 고급정보 대화를 나눈다”며 “그런 것이 우리 보도나 제작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임원회의나 적절한 식사자리라든지 통해서 전달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경관련해서 내가 분명히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길 사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을 믿고 잠수부 한사람이라도 들어가 실종자를 수습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해경을 비판할 때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길 사장은 이런 사례들이 “PD 출신이라 보도를 잘 몰라 물어봤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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