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34일째만에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사고의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으나 노동계에서는 정작 대통령의 책임 내용과 규제 완화에 대한 반성은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세월호 몰살에 분노하는 노동자행동’은 21일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국민은 대통령의 직접 책임을 원하고 있고 대통령은 참사 최종 책임자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담화문 어디에도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없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해양경찰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 겉으로 드러난 일부 조직을 표적 삼아 자신의 책임을 대신할 제물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대통령은 △살릴 수 있었던 304명 생명을 무능으로 수장시킨 정부를 대표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장관과 관리의 임명권자로서 △지난 한 달 동안 무대책 호통이나 국무회의 사과 등 본인부터 책임 회피로 일관한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규탄하고 직접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민주노총은 또 대통령 담화에 대한 비판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외면했다는 점도 들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지난 16일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면담에서 대통령과 언론을 포함한 성역 없는 조사와 전문성이 보장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등 6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담화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한 청와대의 직무유기와 KBS를 비롯한 언론통제·인사개입 논란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등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이란 단서를 다는가 하면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법도 유·가족을 참여를 배제한 채 “여야가 논의해 달라”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과 반성 없이 담화문에서 강조한 ‘관피아’ 척결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책임을 일부 관료들에게 전가하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결국 관피아는 깃털이며 몸통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청와대”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KBS 사태와 관련해서도 “보도참사를 낳은 언론도 진상규명에서 제외될 수 없다”며 “권력의 직간접적 보도통제 진상을 밝히고 오보 남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행동도 이날 세월호 몰살에 분노하는 노동자 1000인 시국선언문과 함께 대통령 담화에 대한 성명을 내어 “이번 담화는 거대한 촛불의 분노와 정권의 위기 국면을 전환하고 6·4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의 참패를 모면하고자 한 수박 겉핥기식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참사 발생의 본질과 핵심은 비껴간 채 군사정권에서 써먹었던 공직사회 개혁을 중심으로 해경과 유병언 일가만을 희생양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은 규제완화·민영화·비적규직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또다시 강조하며 세월호 참사를 발생케 했던 원인을 깡그리 덮으려고 한다”며 “이는 규제완화를 암적 존재로 비유한 지 한 달도 안 돼 세월호의 대참사가 발생했음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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