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배임과 예산 유용 등 길 사장 관련 개인비리 의혹들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KBS 노동조합(KBS노조)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의 업무상 배임, 예산 유용 및 횡령 의혹 등을 제기했다. 지난 3월 감사원은 KBS와 그 자회사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KBS는 미술제작비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계열사 KBS아트비전을 부당하게 지원했고 이로 인해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계약방식을 바꾸라고 통보했지만. 아직 개선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KBS 노조는 “사내에서는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되고 이 돈이 회사 고위층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사장이 예능국 특집 프로그램 제작예산을 해외출장비로 유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장의 해외출장 업무는 국제협력실에서 맡고 있는데, 지난해 길 사장의 6차례 해외출장 중 4건의 경우 국제협력실 계정에서 사장과 수행원의 항공, 숙박비, 식비 등 비용 지출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KBS 노동조합은 “이 비용은 예능국 특집프로그램 제작예산에 몰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KBS 방송제작비 지급규정 2조에 따르면 제작비란 ‘원고출연료, 기획진행비, 지급수수료. 임차료, 국내외 여비 등 방송제작에 소요되는 직접 비용’이다. KBS노조는 “(제작비는) 사장의 해외경비에 쓰여서는 절대로 안 되는 예산 항목”이라고 비판했다.

길 사장이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KBS 노동조합에 따르면 길 사장은 A 기자를 미국 특파원으로 보내기 위해 기존 선발 절차를 무효로 한 뒤 특파원 TO를 늘려서 다시 선발 공고를 냈다. 또한 특파원 증원에 따른 비용을 메우기 위해 애꿎은 베를린지국에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KBS노조는 보도본부 간부들이 베를린 지국 폐쇄 결정에 반대했지만 이는 묵살됐고, 베를린지국이 폐쇄되면서 사무실 임대계약 위약금과 방송장비 철수비용 등 최소 4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A 기자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지난 16일 기자총회에서 지난해 초 청와대가 특정인을 출입기자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고 폭로했을 때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KBS노조는 “한 관계자는 길환영에게 A 기자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여권 실세의 실명을 밝혔다”고 말했다.

KBS노조는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법률 검토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길환영 사장과 이에 동조한 회사 간부, 자회사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각 부서별로 의혹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종합해보면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KBS노조는 KBS 부사장이 ‘길 사장의 임기 보장’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지난 14일 부사장이 연락을 해와 “어차피 길사장 연임은 어려운 것 아닌가. 사장 새로 뽑으려면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니 남은 임기 동안 함께 KBS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KBS노조는 만남을 가진 인사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으며, KBS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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