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 해체 등의 방침을 내놓은 것을 두고 해경 등 관계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진정성 있는 반성을 담지 못한 임기응변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 세월호 구조 실패 근본 원인을 해양경찰에 떠넘기며 ‘해체’까지 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해경의 현장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조직 분해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해경 간부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해경이 맡고 있는 △수사·정보 △경비·구조·구난 △해양오염방제 △연안해상안전관리 등 4개의 업무를 분리해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문제이지 분리해 놓고 강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정밀한 현장업무 분석을 통해 현장에서 정말 뭐가 필요한지 조사해서 반영했어야 하는데 이번 개편안엔 전혀 그런 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사진=청와대
 
이 간부는 이어 “지금 해경 조직은 ‘무엇’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윗사람만을 보며 일을 하고 있고 행정업무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보고서와 기획안만 잘 쓰면 승진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조직 외형의 개조보다는 조직 내부의 실효적인 위기능력을 배양하는 재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이번에 해경 123정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경찰들이 와이셔츠에 넥타이, 구두를 신고 구조에 나서는 촌극을 벌였다”며 “제대로 된 개인 구조장비와 복장이 필요하다고 현장에서 계속해서 개선을 요구했는데 묵살됐다. 이런 상황에선 해경도 10명이 바다에 빠지면 8명은 죽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이 기본적으로 자기 몸도 구조할 수 있는 체력도 안 된다면 말이 안 되는데 시간 외 근무시간에 운동하는 것도 금지하는 게 해경 내부”라며 “현장 경비와 구조·구난을 중심으로 인력과 예산이 더 배분되고 예방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끔 근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대통령이 밝힌 조직개편안을 두고 안전행정부 안에서도 조직 구성원들의 충분한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 안행부 관계자는 “상징적으로 해경을 없앤 것을 보면 나쁘게 말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이 사태에 실수를 초래한 부처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안행부도 유일하게 기획재정부를 견제할 수 있었던 인사·조직권한을 떼어냄으로써 부처 간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 지난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무능정부 규탄대회'에 참석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 진입이 쉽도록 채용방침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취지와 관련해서도 “고시 출신 중심의 기수문화와 순혈주의가 강한 공무원 조직에서 외부 인사가 많아지는 것은 파벌주의를 줄일 수 있고 조직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 고무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도 그런 시도를 여러 번 했지만 과거 유명환 외교부 장관 딸의 부정 특채 논란처럼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도 일었고 반드시 국민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9일 박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논평을 내어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돼야 함에도 신설한다는 국가안전처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둔다는 것은 청와대가 재난 상황과 관련한 책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며 “박 대통령은 직접 임명한 고위관료들의 무능과 부실에 대해 사퇴 만류와 재고 등으로 허물 감추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청와대의 인적 쇄신과 전면적인 내각 개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공노는 또 “관피아가 형성된 근본원인인 5급 공채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모든 공무원을 적으로 돌리고 잘못된 공직사회의 관행이 마치 직업공무원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전면적인 개방이나 다름없는 직위분류제도를 점차 도입하겠다는 태도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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