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들과 5월 단체가 불참하며 파행으로 끝난 지난 34주년 5·18기념식에 국가보훈처가 직원 수백 명을 돈을 주고 동원한 것까지 드러나자 현 정부에 대한 광주의 분노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보훈처의 ‘제3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안내 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5·18민중항쟁 제34주년 행사위원회 불참 속에 치러진 기념식엔 보훈처 직원 644명이 동원대 위원회 대신 빈자리를 메웠다.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 5·18 민주화 정신 훼손을 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송선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훈처가 5·18기념식에 ‘알바 합창단’과 ‘일당 직원’들을 동원한 것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무시한 처사이고 유가족과 5월 영령들을 우롱하며 욕되게 하는 일”이라며 “이런 관제 동원 사기극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은 결국 국민통합이나 사회 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범죄 행위와도 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 광주광역시가 지난 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임을 위한 행진곡’ UCC 동영상 갈무리
 
송 이사는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합창은 되는데 제창은 안 된다는 보훈처의 해괴한 논리는 국민적 상식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각종 기념일 규정에도 없는 앞뒤가 안 맞는 처사”이라며 “5·18 역사 일부로 30여 년간 애창해온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것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에 대한 반대이자 거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줄곧 강조했던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은 광주 5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데, 정부가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기는커녕 조장하는 형국”이라며 “오히려 5공 세력과 박정희 추종세력을 배려하는 듯한 태도는 근본적으로 5·18을 ‘광주만의 5·18’로 고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해 5․18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5·18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해 검찰에 고발됐던 종합편성채널 출연자들과 극우 인터넷사이트 회원 중 단 한 명도 처벌을 받거나 형이 확정된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광주시청 인권담당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가 종편 출연자 4명과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 5명을 고소했지만 현재 수사 중인 종편 출연자 서석구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임천용·이주성·이주천)은 검찰이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5·18 희생자를 ‘택배왔다. 착불이요’라며 폄훼한 일베 회원에 대한 재판은 대구서부지원서 3차례 진행됐지만, 피고인은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하며 전혀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보훈처의 5·18 기념곡 지정 거부와 관련해서도 “5·18대책위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위해 보훈처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면담 일정조차 통보해주지 않았다”며 “호국보훈안보단체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우리 요구사항도 아닐뿐더러 이는 애당초 기념곡 지정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