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노동조합에는 기자 출신과 PD 출신이 돌아가면서 노조 위원장을 맡는다는 ‘신사협정’이 있다. 이 신사협정에 따르면 제14대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본부장은 PD 출신이 맡아야 했다. 하지만 적임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세 차례에 걸쳐 후보등록이 무산되면서 SBS에는 최초의 ‘기술직 출신 노조위원장’이 탄생했다.

조합원 96%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채수현 SBS본부 14대 본부장(경영본부 라디오기술팀 차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기술직인지 기자인지 PD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 본부장은 “노조의 업무는 고용과 임금의 안정, 그리고 SBS가 언론사로서 공정하고 바른 뉴스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기자나 엔지니어가 구별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채 본부장이 강조한 ‘고용의 안정’ 관련해 SBS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하나는 임금피크제이다. SBS 노사는 지난 1월 17일 2015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만 합의했을 뿐 그 외의 세부조건은 합의대상으로 남아 있다. 채 본부장은 “임금피크제 관련해 그동안 손을 좀 놓고 있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회사랑 이야기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한다”며 “노조도 우리 것만 챙기진 않는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검토해보면 새로운 시각이나 새로운 방법이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SBS아트텍과 뉴스텍의 합병이다. IMF 이후 분리된 두 개의 자회사가 지난 5월 1일 A&T라는 하나의 회사로 탄생했다. 채 본부장은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지면 사업영역 조정도 생기고 그렇다보니 노동자들이 불안해한다. 또한 본사는 A&T와의 도급비용을 계속 줄이려고 한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채수현 신임 SBS본부 본부장
 
KBS와 MBC가 ‘땡박뉴스’라는 비판을 받는 동안 SBS 뉴스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채 본부장은 “KBS와 MBC가 워낙 못하니 SBS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공중파) 1등이 되었다. 하지만 저널리즘에는 상대적인 기준보다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선거방송도 있고, 오늘부터 메인뉴스와 마감뉴스, 라디오 시사교양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보고서도 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SBS본부는 19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지방선거 모니터링’을 공지했다. 5월 20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6월 3일까지 이번 6.4 지방선거와 관련된 뉴스모니터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SBS본부는 노보를 통해 “기계적으로 균형만 맞추는 선거 보도를 탈피하고 유권자들 모두가 공정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뉴스 전달에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며 “우선 기자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모니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채 본부장은 “언론노조 민실위나 시민단체나 미디어오늘 등과 공조해서 SBS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과거와 달리 정밀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SBS가 보도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공정방송위원회 기능을 더욱 강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채 본부장은 출마의 변에서 ‘독립경영’을 강조했다. 채 본부장은 “언론이 바른 언론으로 나아가려면 물적 토대가 공고해야 한다”며 “SBS가 이익을 내면 이것이 SBS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순환이 다소 부족하다. 노조원들의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작 및 보도역량, 방송기술부분의 강화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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