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19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서울 MBC 집행부인 이성주 본부장과 김한광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강릉·목포지부를 제외한 지역 MBC지부장 16명 전원이 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사건 희생자의 유가족 앞에서 사죄를 했으나 유가족은 '냉담'했다.

이들 18명은 19일 오후 6시 20분 합동분향소에 도착해 희생자 영정 앞에서 헌화를 하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20여 분 동안의 조문을 마친 뒤 MBC본부 집행부는 분향소 앞에 위치한 유가족 대기실을 찾았다. 대기실 입구 앞에서 2열 종대로 선 채로 유가족이 나오길 기다렸으나 유가족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19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대기실 입구 밖으로 나온 한 유가족은 이들을 향해 "무엇을 하러 왔느냐" "처음에나 (보도를) 제대로 하지. (기자들만) 제대로 했으면 애들은 살았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사장에게 보도의 문제를 제대로 얘기한 적이 있느냐. 잘릴까봐 쉬쉬한 거 아니냐"며 "MBC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부를 위한 방송"이라고 거세게 따졌다.

또 다른 유가족은 "말만 하지 마시고, 마음으로 보여 달라"며 "오늘은 그냥 가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가족의 '진노'에 MBC본부 대표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성주 본부장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입구 앞에서 10분여 가량을 사죄하며 유가족의 용서를 기다렸지만 MBC본부 집행부는 유가족의 깊은 불신의 골만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MBC 보도는 세월호 참사 내내 논란의 대상이었다. 특히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지난 7일 뉴스 리포트에서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두고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사실상 실종자 가족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듯한 발언이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19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MBC 간부의 '막말' 논란도 이어졌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달 25일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을 두고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상후 부장이 "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누리꾼들의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겨레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MBC본부)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언련과 언론연대는 19일 오후 이들을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34일째인 이날 195만 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포함한 전국 각지 분향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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