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 대한 '폄훼'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MBC 간부들이 19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 당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달 25일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을 두고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지난 8일 "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은 한겨레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MBC본부)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가족 폄훼 보도와 막말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패륜"이라며 김 국장과 박 부장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27년 MBC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이라며 "현재 MBC는 경쟁력도 없고 매체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 모두 이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세월호 사건뿐 아니다. 박근혜 정권 1년 3개월 동안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채동욱 검찰 총장 뒷조사 등 권력에 불편한 보도는 방송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됐다"며 "국민은 MBC로부터 어떠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MBC 기자 121명이 양심선언을 했다. 이는 내부 기자들이 시민사회에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라며 "구조 요청만으로 끝내선 안 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시민사회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MBC 내부의 착하고 선한 기자들의 목소리가 징계로 작아지고 있다"며 "건강한 저항의 목소리를 제거하려는 세력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국민의 공분과 함께 시민단체는 MBC 내부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들을 쫓아내겠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MBC를 지키려고 하는 기자·PD들과 연대할 것이며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며 "공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기자 두 명이 다시 징계를 받게 됐다"며 "170일을 파업했지만 바뀐 것은 없고 더욱 상황이 악화돼 가슴이 찢어진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가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2012년 파업 때 보직을 내려놓고 후배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선배들이 현재는 보도와 관련 없는 곳으로 좌천됐다"며 "저항의 목소리를 내면 마이크를 가차없이 빼앗는 상황에서 모두가 'MBC호'에서 뛰어 내릴 수는 없다. (MBC노조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선 곳이 벼랑 끝이라고 해도, 절망을 딛고 목소리를 내겠다"며 "국민 여러분이 MBC를 더 질책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결코 MBC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MBC 간부 고발 건을 담당한 신인수 변호사는 "르몽드 창간자 위베르는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이라고 말했다"며 "현재 MBC는 세월호와 관련해 진실에는 침묵하고, 유가족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김장겸 국장과 박상후 부장은 되레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막말'을 퍼부었다"며 "이들을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고발 건이 MBC 보도를 바로잡고 탄압을 당하는 MBC 내부 구성원들과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에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시민단체의 기자회견에 대해 MBC측은 ‘허위주장’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MBC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3개 단체가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보도국장과 전국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힌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보도국장과 전국부장은 일부 언론이 보도하고, 언론노조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MBC는 “사실 확인 없이 허위 주장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법적 대응 절차에 착수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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