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정권보위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KBS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KBS수신료 납부 거부 서명운동 벌이는 데 이어 KBS 앞에 직접 TV를 버리는 행동까지 시작했다.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하고 바른 사과 없는 KBS 뉴스 더는 안 보겠다”며 “좋아요 1만 건이 넘으면 직접 KBS 앞에 내 TV를 버리겠다”고 공언한 방준영씨(29)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TV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방씨가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린 후 ‘좋아요’ 클릭 수는 4만8000건을 넘어섰고 방씨의 행동에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가세하며 이날 KBS 본관 앞에는 총 6대의 TV가 모였다.

이 TV들은 모두 기증자들이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시청하던 것으로, 방씨의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인터넷과 SNS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KBS수신료 거부 서명운동과 함께 TV 버리기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민 방준영씨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TV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하고 바른 사과 없는 KBS 뉴스 더는 안 보겠다”며 “좋아요 1만 건이 넘으면 직접 KBS 앞에 내 TV를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방씨는 “세월호 사태를 보도하는 지상파에서는 정작 죽어가는 학생들의 마지막 영상은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오보와 편집·조작·망언들 뿐이었다”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페이스북을 통해 이 퍼포먼스를 알렸고 KBS수신료 거부를 위해 아깝지만 TV를 버리려는 분들을 대표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KBS의 이번 사과방송에도 사장의 뉴스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정확한 사과는 없었고, 지난 주말 5만여 명의 촛불집회에서 수백 명이 경찰에 연행됐는데도 보도하지 않는 등 진실과 행동 없이 침묵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며 “공영방송 사장이 더 이상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되지 않는 그날까지, 진정한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잠시 KBS와 TV와 안녕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방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했을 때 이들을 막는 것을 보고 이럴 거면 KBS를 볼 필요가 없다는 분노의 마음을 피켓 형식으로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수신료 거부에서 나아가 TV까지 버린 것은 다른 언론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포함돼 있고, 나 외에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얘기와 구체적인 행동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커뮤니티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은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http://goo.gl/6lrJZV)을 만들어 앞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질 KBS에 TV 버리기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에서 진행될 제2차 TV 버리기 퍼포먼스에는 벌써 5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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