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부의 책임을 물으려 거리로 나온 시민 200여 명이 무더기로 연행됐지만 공영방송에선 ‘깜깜소식’이었다. 공영방송이 극에 달한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여전히 의도적으로 잠재우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오후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 중 청와대로 행진하던 시민 115명이 연행됐다. 18일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경찰은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는 혐의로 100명을 연행했다. 이틀 동안 200명이 넘는 시민이 연행됐음에도 공영방송은 침묵을 고수했다. 이들은 세월호 추모 집회보다 구원파 뉴스, 북한 아파트 붕괴 소식 그리고 날씨 뉴스를 주목했다.

   
▲ MBC 17일자 보도 '대규모 촛불 보수단체 맞불'
 

공영방송 사고회로 ‘5만 집회 = 보수단체 집회’

KBS는 17일 <뉴스9>에서(첫 번째 꼭지<금수원에 신도 3천 명 집결>, 두 번째 꼭지<금수원 도면 분석 4차례 실사도>) 구원파의 본산 ‘금수원’에 집중했다. 집회 관련 뉴스는 후순위(열 번째 꼭지<도심 ‘추모’ 집회…“갈등 조장” 맞불 집회>)로 밀렸다. 이마저도 보수단체 집회와 동일한 관점에서 다루는 등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일에는 평양 23층 아파트 붕괴 소식(첫 번째 <평양 23층 아파트 붕괴…인명 피해 ‘상당’>, 두 번째<붕괴 원인…“속도전·자재 빼돌리기”>, 세 번째 <북, 이례적 공개·사과…의도는?>)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전날 도심에서 100명의 시민이 연행되는 등 긴박했던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를 다룬 리포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날씨 리포트(여덟 번째<초여름 날씨…산·바다엔 나들이객>)는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도 17일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 소식(첫 번째<유병언 차명 휴대전화 15개 추적>, 두 번째 <공권력 투입 대비 속속 집결>)을 메인 뉴스로 전했고, 이어 세월호 뉴스(세 번째 <선체 곳곳 붕괴 진입로 막혔다>, 네 번째<잠수병 호소 줄줄이 긴급 이송>)를 다루었다.

MBC는 여섯 번째로 세월호 추모 대규모 집회 소식을 보도했으나 기사 제목을 <대규모 촛불 보수단체 맞불>로 뽑았다. 5만에 달하는 시민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보수단체 집회로 ‘물타기’한 것이다. KBS와 마찬가지로 MBC도 17일에 대규모로 연행된 집회 소식이나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비판적으로 다룬 리포트는 전무했고, 대신 날씨와 인기 음료(아홉 번째<덥다 더워 벌써 바다로 풍덩>, 열 번째<톡톡 쏘는 탄산수 인기 비결은?>) 등 연성 뉴스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 KBS·MBC 17일자, 18일자 보도
 

건조하게 다룬 SBS, 강제연행 비판한 JTBC
최진봉 교수 "KBS, 여전히 반성 시늉만"

SBS <8뉴스>는 17일 대규모 집회를 두 번째(<도심 추모 집회…“이런 희생 다시는 없게”>)로 다루었고, 18일에는 세 번째(<추모집회 후 거리행진…113명 사법처리>) 소식으로 거리행진 중 연행되는 시민의 모습을 카메라에 건조하게나마 담아냈다.

SBS는 “어젯밤(17일)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모였던 시민 가운데 일부가 집회가 끝난 뒤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며 “경찰은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응하지 않은 115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고등학생 등 2명을 훈방 조치하고, 113명에 대해 집시법상 해산명령 불응과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만 전했다.

JTBC <주말뉴스>는 보다 자세히 사안을 다루었다. JTBC는 11번째 뉴스 <촛불행진 참가자 강제연행 논란>에서 “경찰이 115명을 연행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집회 신고 범위의 이탈에 따른 연행을 놓고 경찰과 다른 해석도 나온다”며 강제연행은 부당하다는 박주민 민변 변호사의 주장을 더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2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강제 연행된 사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공영방송이 여전히 생색내기 정도로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현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특히 KBS는 김시곤 보도국장의 ‘청와대 개입’ 시인 등 내부 문제가 불거졌지만, 공영방송의 보도는 여전히 정부 친화적인 방송에 머물고 있다”며 “공정보도로 바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 나와 있는 평기자들과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경영진과 간부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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