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을 지속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면서도 정작 외부에서 데스크급 경력기자를 대규모 수혈하겠다고 나서자 7개 직능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으로 MBC의 자율성과 창의성 뿐만 아니라 공정성 공영성 모두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MBC 기술인협회·기자회·미술인협회·방송경영인협회·아나운서협회·카메라맨협회·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는 15일 성명을 내고 “보도부문은 ‘보도 참사’로 일컬어질 만큼 국민의 알권리와 공영방송의 책무를 외면하였고, 그 결과 국민들의 지탄과 원성을 사고 있다”면서 “이런 와중에 보도본부에서는 데스크급 경력기자를 공개 채용이 아닌 '헤드헌팅' 방식으로 뽑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채용에 대해 회사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채용 규모나 기준 등을 인사부에서도 모를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 정실 채용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번 채용은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제안으로 진행됐으며 MBC는 15년차 정도의 데스크급 기자를 대규모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파업에 참가했던 14년차, 15년차 기자들을 비보도 부문인 글로벌사업본부 경인지사로 발령내거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리포트를 제작했던 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있어 채용의 목적을 두고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채용방식이 공개가 아닌 ‘헤드헌팅’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무책임한 밀실채용을 강행하고 유능한 기자들을 보도국 밖으로 내몰면서도 경영진은 경영 악화 운운하면서 지역 MBC를 겁박하고, 사원들을 공포분위기로 몰아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 MBC사옥
 
기자뿐만 아니라 전 직종에서 파업 참가자들의 업무배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비합리적인 결정이 만연해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상당수의 유능한 아나운서들 역시 편성국 주조정실, 심의국, 경인지사에서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드라마 ‘호텔킹’ 김대진 PD를 갑작스레 교체한 것을 두고도 “이제 PD는 MBC의 콘텐츠를 책임지는 핵심역량이 아니라, 단물만 빨고 버려지는 ‘껌’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7개 직능단체는 “자율성, 창의성이 사라지고,공영성, 공정성마저 곤두박질쳐진 MBC는 미래와 비전도 없어진 난파선이 되어 침몰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하루 속히 인사의 원칙, 보도의 원칙을 세우고, MBC 경쟁력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본부 데스크급 경력기자 임용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MBC 정책홍보부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뒤 “기자와 PD의 업무 배치는 공적인 인사권을 필요에 의해 행사한 것이지 보복으로 활용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도 일 중심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재를 개방적으로 뽑자는 취지”라고 해명해왔다.

이 관계자는 “<호텔킹> PD교체는 작가와 PD와의 드라마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일어난 일이지 제작 자율성과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직능단체들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비난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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