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KBS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KBS 부사장 측이 교섭대표노조인 KBS 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아래 KBS노조)에 '길 사장의 임기 보장'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오전 KBS노조가 주장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난 11일 오후 KBS노조가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KBS 부사장 측은 KBS노조에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이 자리에서 KBS 부사장은 "어차피 길사장 연임은 어려운 것 아닌가. 사장 새로 뽑으려면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니 남은 임기 동안 함께 KBS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자"라는 제안을 했다고 KBS노조는 밝혔다. KBS 부사장이 교섭대표노조에 사실상 현 사장의 임기 보장해 달라는 요구한 것이서, 길 사장 퇴진 여론과 맞물려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KBS노조는, KBS 부사장이 '후임 보도국장이 정해졌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서도 "KBS노조에서 후임 보도국장으로 좋은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다소 엉뚱한 제의를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경에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청와대 인사와 만났다는 사실이 KBS 내부 배차기록표를 통해 확인됐다는 걸 고려하면, 이 같은 제안은 KBS 내부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였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KBS노조는 부사장의 제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노조는 만남을 가진 인사가 부사장이라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KBS에는 부사장이 두 명이다. 류현순 부사장은 방송을 총괄하고 있고, 전홍구 부사장은 경영 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KBS 노조는 14일 청와대 앞에 위치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KBS 보도 및 인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노조
 
선재희 KBS 홍보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KBS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이라며 "일방의 주장을 일일이 규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KBS 노조는 14일 청와대 앞에 위치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KBS 보도 및 인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수석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 해임 △길환영 KBS 사장 퇴진 △KBS 방송독립을 위한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백용규 KBS노조위원장은 "KBS와 청와대가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사실을 국민에게 밝힐 것"이라며 "아직은 백운기 KBS 신임 보도국장과 만난 청와대 인사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취재 중에 있다. 조만간 모든 걸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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