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어른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언론사와 언론인인 것이 더없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더욱 언론과 권력을 감시하는데 치열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그러나 세월호에 탄 아이들과 승객들을 저렇게 죽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가족은 언젠가 헤어집니다. 그러나 저렇게 헤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침몰까지는 철저하게 인재(人災)였지만, 그 이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집단학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비통합니다. 그래서 더욱 분노합니다.

언론과 권력을 감시, 비판해 온 저희 미디어오늘은 창간 19주년을 스스로 축하하기에 앞서 ‘언론을 감시하는 언론’으로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모든 유가족과 독자와 시민 여러분께 참회와 함께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저희 미디어오늘은 “언론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이 명제를 다시 한번 뼛속깊이 새기겠습니다. 이것이 모든 언론과 언론사의 존재 이유이자, 감히 ‘언론의 언론’임을 자부하는 미디어오늘의 존재 이유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고, 나라와 정부와 대통령이 바로 서지 못할 때,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이번 세월호 참사가 처절하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약자를 돌봐주기 위해 국가와 정부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닙니다.

언론은 원래 ‘모든 형태의 권력’에 대한 ‘감시견(watch-dog)’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언론이 탐욕에 사로잡힌 재벌과 권력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들로부터 ‘기레기(기자+쓰레기)’란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다에 던져버리는 유가족 앞에서 기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망연자실 그 자체였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모든 책임은 유병언과 그 일족이 지배하는 청해진그룹에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료집단에 있습니다. 언론도 공범입니다.

족벌언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 그 자체가 되어 있습니다. 국가재난방송사인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권력의 나팔수가 된 지 오랩니다. 관료사회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공적 영역에서 공(公)은 사라지고 사(私)와 사적 이익과 부패의 사슬만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참사를 통해 다시 한번 온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저희 미디어오늘은 이런 엄혹한 현실 앞에 결코 굴종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언론과 권력의 감시견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독자와 시민 여러분의 질책과 성원을 바랍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14. 05. 14. 대표이사 사장/편집인 신학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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