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 폭로 논란이 채 식기도 전에, KBS 신임 보도국장이 청와대 인사와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위원장 백용규)은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운기 KBS 신임 보도국장이 11일 오후 3시경 청와대 근처에서 모 인사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폭로한 KBS 내부 배차기록부를 보면, 11일 KBS 관용차 ‘탑승자’ 란에는 ‘백운기’라고 명시돼 있고 ‘행선지’는 ‘청와대’로 기록돼 있다. 관용차의 출발시각은 15시 10분, 귀사시각은 16시 50분이다. 백운기 보도국장이 KBS 관용차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배차기록표. 사진=김도연 기자
 
백 국장은 청와대 인근 카페에서 한 시간 가량 청와대 인사와 접촉한 뒤 5시경 회사로 돌아왔고, 길환영 KBS 사장은 곧바로 부사장 등을 불러 신임 보도국장에 백 국장을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진 KBS노동조합 비대위 부위원장은 “불과 이틀 전 KBS사장이 청와대의 하수인임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후임 보도국장 인선까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KBS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방송장악을 주도한 박준우 정무수석과 이정현 홍보수석을 즉각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청와대 면접을 다녀온 백운기 국장 역시 보도국을 이끌 최소한의 도덕성과 기본 자질을 상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보도국 기자를 통솔할 수 있겠느냐. 백 국장은 청와대 접촉 경위를 밝히고 자진 사퇴하라”고 밝혔다.

   
▲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에 대해 KBS 측은 “당시 시사제작국장이던 백운기 국장은 지난 11일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 커피숍에서 업무 협의차 관련자와 만났지만 이는 보도국장 임명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보도국장 임명은 방송 부사장과 보도본부장의 추천을 받아 내부 인사절차를 거쳐 사장이 임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KBS 노동조합은 14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길환영 사장의 퇴진과 대통령 사과, 청와대 정무·홍보수석 해임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다수제 등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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