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해 KBS 내부에서 퇴진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과 JTBC 인터뷰 등을 통해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세월호 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발언하면서 KBS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방송법에 금지된 보도본부에 통제를 가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앞서 9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이하 KBS본부)가 길 사장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지만 길 사장은 아직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BS본부는 12일 집행부·중앙위원 연석회의를 개최해 KBS본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길환영 사장에 대한 내부 신임투표를 벌이는 등 길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신임투표는 KBS본부 조합원 뿐 아니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며, 시기는 빠른 시간 내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사장과 보도국장 사이에 벌어진 일을 놓고 보도국장이 굳이 없는 말을 지어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이 말대로라면 길 사장은 그동안 KBS 구성원과 국민들을 기망해온 것은 물론, 방송법을 위반하고 KBS의 독립성을 침해한 중대 범법행위자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1박 2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KBS 길환영 사장. 사진=강성원 기자
 
KBS본부는 이어 “보도국장 말대로 KBS 보도의 편파성이 청와대와 오로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사장의 지시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 길 사장이 스스로 책임지는 길 밖에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KBS 구성원의 손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이하 KBS 노조)도 11일 성명을 통해 길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KBS노조 역시 길 사장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비대위로 전환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어 “KBS노동조합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엄중한 심판과 처절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변화를 위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열찬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BS본부 측은 KBS노조와 길환영 사장 신임투표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신임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12일 보도국장으로 임명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길환영 사장에 대한 퇴진이 거론되는 마당에 길 사장의 인사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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