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김시곤 보도국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한 후 길 사장의 퇴진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과 촛불이 주말을 맞아 전국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 2만 명(경찰추산 8000명)이 참석해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촛불을 밝혔다.

보수언론의 ‘정치적 선동’ 프레임도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대통령을 비판하면 정치선동이요, 그렇지 않으면 ‘순수 추모집회’라는 식으로 세월호 추모집회를 정치선동, 정치투쟁으로 몰아세우는 기준도 매우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 부인 김영명씨가 막내 아들의 ‘국민정서 미개’ 발언과 관련해 “시기가 안 좋았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일에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대의원들에게 한 발언과 관련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다음은 12일 아침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찰 “해경, 진입했으면 다 살릴 수 있었다”>
국민일보 <통영함 투입 지시·각서까지 썼다>
동아일보 <중앙부처 출신 관피아 384명…산업부 최다>
서울신문 <한국선급 3인, 자회사로 부정축재 의혹>
세계일보 <경찰 간부, 피의자에 억대 수뢰 의혹>
조선일보 <카이스트 2위 도약 서울대 3년째 4위>
중앙일보 <1조 쓰는 해경, 안전엔 167억뿐>
한겨레 <“깨진 창문새 승객 보고도 방치”…해경에 ‘과실치사’ 적용 검토>
한국일보 <해경, 수사·정보 넘기고 구조·경비 치중을>

KBS 보도국장 폭로로 드러난 ‘청와대 보도개입’ 일파만파

지난 9일 오후 김시곤 보도국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폭로한 후 길 사장의 퇴진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향신문 12일자 12면
 
12일 오후 8시에 열리는 KBS 기자협회 긴급총회에서는 KBS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보도 개입의 진상과 문제점도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아울러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임기제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KBS 기자협회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보도 등으로 촉발된 KBS의 현재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김시곤 전 국장이 말한 외압의 실체, 외압이 사실일 경우 길 사장 퇴진 요구 여부, 정치적 외압과 독립에 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 사장의 보도통제와 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자성과 대안을 요구하는 KBS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KBS 노조가 길 사장에게 ‘보도통제의 진상’을 설명하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기자협회와 PD협회, 기수별·개인별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김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KBS가 공영방송 지위를 포기하고, 관영방송으로서 권력의 하수인 역할에 충실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길 사장은 구체적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겨레는 “김 전 국장을 방송문화연구소 공영성연구부 평사원으로 발령 낸 것이 유일한 움직임”이라며 “특히 길 사장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 폭로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홍보실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길환영 사장 보도통제 공공연…근본적 지배구조 바뀌어야

사실 KBS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자진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공개적으로 폭로할 정도면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클 수 있다.

한겨레는 특히 이번에 김 전 국장이 밝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에 주목하면서 “청와대가 지난해 5월10일 윤창중 당시 대변인의 전격 경질을 발표하고 지상파 방송 3사는 즉각 당일 저녁 메인뉴스에 이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며 “한국방송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같은 달 14일 한국방송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날 KBS 메인뉴스의 첫 뉴스는 ‘정부, 판문점 회담 북에 제의’였다”며 “같은 날 MBC와 SBS가 ‘윤창중, 사흘째 행방 묘연’과 ‘정부, 미국 경찰에 신속 수사 요청’을 각각 머리기사로 전한 것과 대비됐다”고 분석했다.

15일에도 KBS는 ‘정부, 연명 치료 중단 추진’(안락사 관련)을 첫 기사로 내보냈는데, 이날 SBS의 첫 꼭지는 ‘윤창중 미국 다시 가야 할 수도’였다.

KBS의 내홍과 ‘정치 중립성’ 논란은 KBS가 근본적인 지배구조와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 조선일보 12일자 8면
 
조선일보는 “KBS는 공영방송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이는 사장 선임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KBS 사장은 이사회가 선임하는데,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자연히 특정 정파 입장에 가까운 인물이 사장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이어 “공영방송 위상이 확고한 선진국에선 여야 정치권에서만 사장 선임에 관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독일 공영방송 ZDF는 77명으로 구성된 ‘텔레비전위원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사장을 뽑는다. 텔레비전위원회 위원은 연방정부와 정당에서 15명을 추천하지만 전체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가톨릭·개신교 등 종교, 지역, 유대인중앙회의 등에서 위원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12명으로 구성된 위원(BBC 트러스트)이 사장을 선임하는데, 이들 중 4명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대표자가 1명씩 포함돼야 한다.

안산을 가득 메운 촛불·노란리본 전국으로 번져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과 촛불이 주말을 맞아 전국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 2만 명(경찰추산 8000명)이 참석해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촛불을 밝혔다.

사고 발생 25일째인 지난 10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추모 행사가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이어졌다.

   
▲ 한겨레 12일자 1면
 
추모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오후 3시쯤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 모였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매듭짓고 분향소 주변으로 둥글게 늘어서 인간띠를 만든 뒤 묵념을 했다.

오후 6시30분 광장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경기굿연대의 살풀이춤과 시낭송에 이어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와 ‘그날이 오면’을 부르는 동안 말없이 촛불을 밝혔다. 이어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희생자 가족들도 단상에 올랐다. 단원고 2학년 고 박수현군(17)의 아버지 박종대씨와 4반 김동혁군(17)의 어머니는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생존자 가족 대표 장동원씨는 “올라오기 힘들었지만 유가족 부모님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만나뵙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올라왔다”며 “아이들이 희생된 친구들의 모든 것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아픔이 있고, 잊지 못하겠지만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30분쯤 시민들은 광장에서 고잔동 지하철 4호선 중앙역까지 행진했다.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구호를 외치면 손에 든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와 ‘진상규명’이 앞뒤로 적힌 노란 카드를 흔들며 화답했다. 집회는 13일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가 출범한다고 예고하며 오후 9시30분쯤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어머니 50여명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서구 둔산동 통계센터 네거리에서 시청까지 2.3㎞를 걸으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제주와 강원, 광주에서도 희생자 추모와 정부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 서울신문 12일자 9면
 
‘무능력’ 정부 비판 당연한데…보수언론 또 ‘정치 선동’ 호들갑

보수언론의 ‘정치적 선동’ 프레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조선일보는 “주말 경기도 안산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 집회에는 일반시민뿐 아니라 좌파·진보 단체들도 대거 참석했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가 주최한 청계광장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정치색을 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환기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선동>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의 엊그제 청와대 앞 농성장에 시위꾼들이 모습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며 “광우병 촛불집회, 한진중공업 파업 등 시위현장이면 빠짐없이 참가해온 시위 전문가들”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정부가 미워도 유족의 슬픔까지 반정부 시위의 불쏘시개로 활용해야 되겠느냐”며 “시위꾼들의 ‘선동병’ 치유는 국가 개조보다 더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12일자 사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보수 언론은 일제히 ‘세월호 정치선동 악용’을 거론하고 나섰고, 보수단체의 집회에선 ‘세월호 정치선동꾼 척결’ 펼침막이 등장했다”며 “세월호 추모집회를 정치선동, 정치투쟁으로 몰아세우는 기준도 매우 자의적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보수 언론은 ‘박근혜가 책임져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 따위의 구호를 문제 삼았는데 대통령을 비판하면 정치선동이요, 그렇지 않으면 ‘순수 추모집회’라는 얘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세월호 추모집회를 정치선동으로 몰아가는 일련의 흐름은 국민에 대한 침묵의 강요라고밖에 볼 수 없고, 그야말로 불순하다”고 비판했다.

안산에서 촛불집회를 연 인터넷 모임 ‘엄마의 노란 손수건’ 운영진에 대해 색깔론을 펼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지역공동체 이웃이 희생된 참사를 애도하고 정부의 부실한 대처에 항의하는 데 당적이 문제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면서 “진보당 당원이거나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던 사람은 추모할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 그러고 보면 매번 정권이 몰릴 때마다 색깔론과 정치선동론을 들고 나오는 쪽이야말로 같은 얼굴들”이라고 힐난했다.

경향신문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면담 요구에 민경욱 청와대 대면인은 ‘순수 유가족분들 요청이라면’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유가족이 아닌 사람은 면담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유가족마저 ‘순수한 사람’과 ‘불순한 사람’으로 구분짓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몽준 아들에 이어 부인도 ‘실언’…선거법 위반 혐의도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 부인 김영명씨가 막내 아들의 ‘국민정서 미개’ 발언과 관련해 “시기가 안 좋았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민중의 소리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김씨는 최근 새누리당 서울 중랑구 당협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막내아들의 발언에 대해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긴 하는데, 시기가 안 좋았다”고 아들의 발언을 옹호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는 이어 “어린아이다 보니 말 선택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12일자 15면
 
한국일보는 “아울러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김씨가 ‘서울을 정말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후보는 정몽준 후보가 돼야 박 시장한테 경쟁력이 있다’고 발언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정 의원은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아 배우자에게 선거운동 자격이 없는 데도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 의원의 부인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9일 경찰에 고발당했다”며 “김씨는 새누리당 영등포 당협 사무실에서 대의원들에게 정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몽준 의원 쪽 이수희 대변인은 “김씨가 막내아들 발언을 사과하는데, 한 참석자가 위로 차원에서 김씨에게 ‘옳은 말 썼더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며 “그 말에 대해 김씨가 막내아들 잘못을 강조한 것이지, 아들 발언을 옹호한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아내와 저는 아들의 글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내와 저, 아들 모두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분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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