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김 전 국장은 사표를 낸 적도 없으며 이날 오후 평직원으로 발령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국장은 9일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보도의 중립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보도국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고, 길 사장은 3시20분께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를 방문해 “보도국장이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내가 돌아가서 바로 사표를 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사의 표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파면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지만 길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말에 유가족 대표단이 “이 정도면 됐다”고 설득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 방침을 철회하고 안산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김 전 국장이 사표를 내고 KBS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보직만 사퇴하고 KBS 직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하게 돼 길 사장이 격양된 유가족들을 돌려보내기 위한 면피용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김 국장의 사표를 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성원 기자
 
선재희 KBS 홍보부장은 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김 전 국장은 사표를 낸 것이 아니라 보직사퇴를 한 것”이라며 “9일 저녁 방송문화연구소 공영성평가부 평직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KBS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오전에 길 사장을 만나 보도국장직 사의를 표명했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보직사퇴 의사만 밝혔을 뿐 KBS를 떠난다는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KBS 관계자는 “김 전 국장이 오전에 사장에게 얘기했다는 말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맞춰보면 그가 보도국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지 회사 떠나겠다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징계로 인한 발령이 아니라 김 전 국장의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사장이 그것을 수용한 것이므로, 길 사장이 유가족에게 잘못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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