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막내기자들이 세월호 관련 KBS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글을 올리자 한 KBS 간부가 “좌파들이 좋아하는 논리”라며 반박하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KBS 38-40기 기자들은 지난 7일 오전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글을 연거푸 올렸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다”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 “청와대만 대변하려거든, 능력껏 청와대 대변인 자리 얻어서 나가서 하라”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성창경 KBS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장은 8일 오후 5시 사내게시판에 반박 글을 올렸다. 성 국장은 이 글에서 기자들의 글을 회사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성 국장은 “막내기자들의 글은 반성이라기보다 비난이다. 모두 회사를 겨냥한 것”이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것도 수신료 현실화 상정과 궤를 같이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성 국장은 “반성을 빌미로 다시 회사를 공격하고, 또 정권의 나팔수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 국장은 막내기자들이 ‘더 많이 배워야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성 국장은 “아직 그대들은 더 많이 배우고 또 익혀야 한다”며 “팩트와 정황, 상황과 느낌을 냉정하게 구분하고, 취재기법도 더 배워야한다.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반성문>을 빙자해서 집단 반발하는 것부터 먼저 배우는 시대”라고 말했다.

선배 기자들이 ‘선동’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성 국장은 “선배라는 자들이 댓글에 ‘가슴 아프다’. ‘부끄럽다’하면서 부채질한다. 이것이 오늘의 KBS”라며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한번 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사측에 항명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 국장은 이어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선동하지 마라”며 “작금의 막내기자들의 글과 2노조(새노조) 성명은 바로 좌파들이 좋아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선동’의 사례는 언론노조의 특강이다. 성 국장은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신입생연수 과정에 노조의 특강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단체협약으로 이전부터 내려온 것”이라며 “새 출발하는 새내기들에게 사측을 분리시키고, 견제하고, 투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아마 KBS 뿐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성 국장의 글은 “이제 더 이상 선동하지 마라. 또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인가”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성 국장의 글에는 비판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기자들은 “국장님 눈에는 30대 초반의 기자들조차도 누군가 이용하면 이용당하기만 하는 '초딩' 수준으로 보이십니까" “선배들이 쓴 글이 선동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신 저의는 뭡니까” “후배들의 지극히 당연한 문제제기와 공감이 선동으로 넘어가는 데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성창경 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내 게시판에 사내용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외부 언론과는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기자들의 비판 글을 접한 임창건 KBS보도본부장은 지난 7일 “후배들이 현장에서 문제제기 안하고 뒤통수치듯 이런 글을 쓰는 걸 이해 못 하겠다”며 “이번 일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KBS기자들의 ‘반성문’에 보도국장은 “대자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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