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세월호 관련 불공정보도와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항의방문을 받았던 8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미방위 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이 기습 상정처리했다. 언론 시민단체들은 “인상은커녕 2500원도 아깝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편파·왜곡·정권비호 보도의 대명사가 된 KBS에 수신료 인상은커녕 납부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게 시청자들의 일반적 정서”라며 “새누리당과 KBS는 유족과 국민들의 피맺힌 성토에 귀를 열고, 국가적 불행을 정권홍보방송의 수익에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작태를 당장 멈춰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수신료 인상은커녕 현재 납부하는 ‘2500원’도 아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전 KBS PD)은 “대통령인지 왕인지 모를 1인을 모시기 위한 보도를 되풀이하고, 간첩조작사건과 부정선거에도 침묵한 KBS, 이 따위 언론에 어떻게 우리 혈세를 갖다 바칠 수 있나. KBS에서 30년 밥 먹고 산 나도 이런 짓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9일 오후 열린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상정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현 회장은 “85년 전두환 정권 때도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불길처럼 일었다. 지금도 양심 있는 시민들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 아닌 정권 호위기관 KBS에 무슨 수신료를 주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썩은 정치권과 KBS를 장악한 집단의 명줄을 끊어놓지 않는 한 이 나라가 바로잡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KBS는 어떻게 하면 세월호 참사를 빨리 모면하고 여론을 잠재울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어떻게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수신료 인상 반대는 물론 2500원도 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날치기란 남의 물건을 잽싸게 훔쳐서 달아나는 도둑질을 뜻한다. KBS의 주인인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데 여야 합의와 논의도 없이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를 했다”며 “국민적 비극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애도에 집중하는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닌가. 비열하고 참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여야정쟁을 중단하자고 하더니 뒤에서 연금법, 방송법 개정안 등을 훼손된 상태로 처리해버렸다. 더 나아가 수신료 인상까지 도모했다”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또한 “지금 수신료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공영방송에 있는 썩어빠진 놈들을 다 빼내고, 지배구조 개선하고 그 다음에 수신료든 뭐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등은 지난 3월 18일 미방위 위원 전원에게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촉구했다. 유승희, 최민희 의원 등 야당 의원 10명만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냈고, 한선교, 조해진, 권은희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전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은 물론, 전병헌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답변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병헌 의원은 그 때부터 밀약을 했단 말인가.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답변하지 않았던 것인가”라며 “수신료 인상안에 동의하는지 날치기를 막을 것인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KBS는 염치없는 수신료 타령 그만하고 낯부끄러운 정권 나팔수 방송부터 거둬라.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불신과 조롱이 계속되면 수신료는커녕 존립 자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며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 없이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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