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오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수 없는 학부모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무능한 정부, 기만적인 언론에 대한 분노를 마음에 담았다. 

아울러 학부모들은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카네이션을 달지 않겠다고 했다. 세월호로 희생당한 아이들이 제대로 눈 감을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겠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와 ‘엄마의 노란 손수건’ 등 학부모단체 회원들, 시민 20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고 거짓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인 정부와 언론은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규탄했다.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카네이션을 달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들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린 권력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기성세대가, 돈과 권력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의 문화가 아이들의 믿음을 배반한 것”이라며 “아이들은 죽인 것은 사고가 아니라 어른들의 이기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대통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이 주인된 나라, 헌법에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임으로 규정한 나라라면 위기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이렇게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월호 실종자 구조과정에서 총체적인 무능함을 드러낸 현 정부와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을 기만했던 언론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해결 과정에서 온갖 거짓으로 국민을 속여 왔으며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거짓을 보도하고 혼란을 부추겼다”며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수습 과정의 책임, 언론의 기만해 분노하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특검을 실시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참교육학부모회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은 퇴진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세월호 참사의 아픔으로 달지 못한 카네이션을 종이배에 담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많은 학부모들이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청와대에 못 가느냐’면서 최소한 광화문 광장 일대라도 행진하려고 시도했지만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집시법 위반을 내세우며 불허했다”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지난 7일에 이어 이날 오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출발하는 1박2일 침묵행진을 진행했으며 오후엔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했다.

앞서 7일 저녁에는 참교육학부모회 서울 동북부지회 제안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학부모·시민 촛불행진을 벌였다. 이날 50여 명의 학부모와 시민들은 서울 창동역을 출발해 미아사거리역과 성신여대입구역 등을 거처 마로니에 공원까지 이동하는 행진을 평화적으로 마쳤다.

   
 
 
차마 목 놓아 부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
너희들 중 누군가가 정승집 아들이거나 딸이었어도
제발 좀 살려달라는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고 했을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 시위꾼이라 했을까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거기엔 춥고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보충도 없을 거야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

-권혁소 시인(강원 고성중 교사), <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침 中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