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들은 기자들이다. 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을 믿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기자들은 수첩을 들고 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보수성향 일간지의 A 기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텐트에서 잤는데, 실종자 가족들이 ‘진짜로 바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나’, ‘정부가 왜 민간 잠수사 투입을 거부하고 있냐’고 물어봤다”며 “정부의 발표, 이를 전하는 언론을 불신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사고 초반의 오보와 일련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들도 있었고, 보도경쟁이 심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측면도 있다”며 “언론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환경 탓도 있었지만, 나도 중대본 취재할 때는 중대본에서 알려주는 대로만 처리했던 것 같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중한 오마이뉴스 기자는 “처음에 발생한 오보에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정부부처가 공식 자료를 냈고, 사고해역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후에도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졌고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취재도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소 기자는 “뉴욕 맨하튼 아파트 폭발사고 때 뉴욕타임즈는 가장 먼저 취재할 수 있었는데도 정확히 취재하고 뒤늦게 보도를 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그런 것 없이 속보 경쟁을 하고 자극적인 멘트를 뽑았다”며 “뉴스에 대한 불신이 쌓이다보니 사람들이 SNS를 믿게 됐고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소 기자는 “그 전에 현장에 가면 약간의 진영논리도 있고 ‘타케팅’ 할 독자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세월호 참사의 경우 그런 것 없이 모든 언론이 싸잡아 같은 취급을 받게 됐다. 취재하면서 기자라고 말하기 어려워 힘들고 회의감도 들었다”며 “이 사건이 마무리되고 이후에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어질 것 같다.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뭘 잘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선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등 보도 초점에 대한 문제와 취재를 잘해도 특정 정보가 누락되는 데스킹 과정에서의 문제로부터 언론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신없는 현장에서 취재 지시를 내리고, 수집된 정보를 ‘게이트키핑’ 하는 동시에 위로부터의 압력을 막아줄 중견언론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