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대중들이 언론을 불신하고 있다. 각자의 배경은 다를 수 있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디어오늘은 16명의 불특정 대중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공통적인 것은 ‘오보’ 문제다. 언론의 속보경쟁으로 오보가 속출하면서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졌다고 말했다. 언론이 참사 와중에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만의’ 속보 경쟁이 결국 언론의 신뢰를 스스로 발목 잡은 셈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 다수는 그 밖에도 지상파 뉴스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신뢰도를 조사하면 늘 상위에 올라있던 지상파 뉴스들로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셈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뉴스보다 JTBC 뉴스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 팩트TV 같은 대안언론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대중들은 2014년 현재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번 참사를 대하는 대중들의 분노가 언론에게도 향해있다는 점이다.

원인 1. 오보는 속출하고 보도는 반복됐다

언론은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직후 거의 대부분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시시각각 현장 상황을 보도했지만 사망자, 실종자의 수가 뒤바뀌었다.그 와중에 오보가 속출했다. 사고 초기 모든 언론에 보도된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가 대표적이다.

현소은(24·대학생) 씨는 “언론들이 부정확한 보도를 하고, 이를 서로 우라까이(베끼기)하는 행태가 이어졌다”며 “취재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재난보도를 하는데 있어 신중해야 하는데 정부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오보를 이어가는 것이 무책임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평강(21·대학생) 씨도 “속보가 물밀 듯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소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의 문제가 있었다”며 “언론 스스로가 불신을 자초했고, 그런 모습에 실망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오보를 내면 바로 바로 사과를 해야 이해라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채 속보경쟁을 계속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영주(39·주부) 씨는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뉴스를 보다가 우울하고 나쁜 뉴스 밖에 안 나오니 나중에는 안 보게 됐다”며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N의 홍가혜 인터뷰는 오보라는 데 다른 뉴스를 보면 또 꼭 오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며 “어느 쪽이 진짜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뉴스를 잘 안 본다”고 말했다.

같은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한 원인이다.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하면서 방송 뉴스들은 거의 24시간 세월호 보도를 이어갔지만 기존 뉴스 반복에 그쳤고 그나마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은지(38·직장인) 씨는 “지상파 뉴스는 계속 리플레이 되는 것 같았고 특별한 것도 없었다”며 “원래 언론에 신뢰는 없었지만 나쁜 일에 대처하는 언론의 스킬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나 사망자 수 같은 사실만 봤는데 그것도 당일이 아니라 며칠 지나고 나서 이게 정말인지 정도만 봤다”고 말했다. 이주현(40·직장인) 씨도 “거의 똑같은 내용이 그냥 이름만 바뀌어서, 제목만 바뀌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수중 수색작업 소식을 기다리던 한 실종자 가족이 신문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원인 2. 감정만 자극했고 냉정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비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비극적 스토리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는 것도 대중들은 많이 힘들어 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 몇몇 언론들은 원인에 대한 진단이나 구조 활동의 문제점 보다 실종자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유족들의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급급했다.

이주현 씨는 언론이 더 침착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냉정하고 차분하지 않고 사람의 감정을 너무 힘들게 하는 보도가 많았다”며 “우리 같은 일반시민이 흥분했고 감정적이면 언론은 냉철하게, 이게 무엇이 잘못인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지 분석과 대안을 내놓고 정부를 비판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그런 기사보다 대중들의 화를 내게 만드는 기사가 많았다”며 “전에도 언론에 대한 신뢰감은 별로 없었지만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언론이 언론의 기능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네이버나 다음을 많이 봤는데 내 관점에서 이슈가 될 것들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거대 언론이 모든 통로를 장악하고 있어서 이렇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민경(22·대학생) 씨도 “언론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로 내보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TV뉴스에 유가족이 우는 장면 등 감정이 소모되는 장면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인 3. 현장은 없고 정권은 감쌌다

지상파 방송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현장에 입장했을 때부터 유족들은 고함을 지르며 분통을 터트렸는데, 이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된 곳은 없다. 오로지 박 대통령이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장면만 있을 뿐이다.

정권을 향한 지상파 방송들의 태도 역시 언론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은 요인이 됐다. 정기채(43·직장인) 씨는 “내가 봐도 편향적이고 사실적이지 않았다”며 “사고 나기 전부터도 지상파나 조중동은 거의 안보는 상황이었고 이는 정권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신뢰가 전혀 안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이렇게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세월호 뉴스를 보고 진짜 심하다고 생각했다”며 “지상파나 중앙일간지는 너무 정권 친화적으로 보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다못해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전부다 동원해서 구조하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로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팩트TV는 현장을 그대로 중계해주고 JTBC도 잠수사 인터뷰 등 현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비해 지상파나 조중동은 가공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모씨(47·교사)는 “뉴스는 많은데 정작 사람들이 기대하는 뉴스는 없었다”며 “24시간 내내 보도되면 뭐하나. 주변 상황이나 곁다리만 나오고 봉창 두드리는 보도를 하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책임자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영주(63·주부) 씨도 “너무 편파적이라 해야 할지, 옳은 정보를 받을 수가 없다”며 “조선일보나 KBS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잘못 보일까봐 (언론이) 오므라들어 있는 것 같다”며 “냉철하게 비판하고 정부의 잘못을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데 공감한다”며 “언론이 한 데로 묶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정권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박종화(32·직장인) 씨는 “언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맞다”며 “대표적인 것이 다이빙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여러 가지의 매체를 봐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어느 한 쪽 언론사만 맹신했다가는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과. 많은 이들이 JTBC로 향했지만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많은 이들은 JTBC로 향했다. 송은정(28·회사원) 씨는 “이전까지는 SBS 뉴스를 보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JTBC를 보게 됐다”며 “손석희 뉴스에서는 지상파에 비해 다른 쪽의 얘기를 보여줬고, 팩트TV도 현장을 그대로 보니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화가 많이 났고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태영(20·대학생) 씨는 “JTBC는 인터뷰 대상을 다양화시키면서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준 반면 다른 언론들은 기존의 패턴을 반복하며 시간만 늘렸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반감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문석(25·대학생) 씨는 “2008년 12월 31일 보신각 재야 행사를 보도하던 KBS가 행사 근처에 나오던 정부 비판 목소리를 하나도 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KBS가 박 대통령의 분향소 방문 때 나온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았다. 2008년과 소름 끼치도록 똑같은 양상”이라고 말했다.

영상매체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다. 김홍주(28·직장인) 씨는 “JTBC를 보긴 하지만 정부에 대해 공격적이란 느낌이 들었다”며 “전반적으로 세월호 사건만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서 콘텐츠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매체에 대한 신뢰는 하락했지만 인쇄매체는 신뢰가 상승했다”며 “정보는 다소 느리지만 정제가 돼서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뉴스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박 모(58·자영업) 씨는 “주로 KBS를 본다”며 “다른 뉴스는 접할 기회가 없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믿음은 간다”고 말했다. 교사 이모 씨는 “50~60대 어른들은 아직 지상파 방송3사 뉴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채 씨도 “나이 드신 분들은 지상파 밖에 안 본다”며 “박근혜가 뭘 잘못 했냐, 잘못한 건 선장이지라고 말하는 분이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큰 일이 발생했을 때,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방송에서 비판을 하니 그것을 현실이라고 알았는데 지금 방송은 정권 옹호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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