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종편은 방송이 아니다. 정권의 충실한 애완견일 뿐이다.” 종편국민감시단의 지난 3월 17일자 성명의 일부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사회단체는 종편 재승인 저지 투쟁을 벌였으나 무력했다.

JTBC 보도가 호평을 받고 공영방송이 정부 홍보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종편 반대 논리마저 궁색해졌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원천무효 프레임은 이제 실효성과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제 제대로 된 방송만 (재허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삼성을 포함한 수많은 성역을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손석희 사장처럼 기존 관행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편반대투쟁은 이제 ‘원천무효’에서 ‘불량종편 퇴출’로 프레임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재허가 국면에서 종편4사 중 2개사의 재허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운동진영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이용마 MBC해직기자(전 MBC노동조합 홍보국장)는 “운동의 목표치는 최대로 세우되 현실에 맞게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몰락이 JTBC 보도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JTBC뉴스가 지상파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원천무효 운동은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될 수 있다”며 “운동의 실효성을 고려하면 선택적 퇴출이 맞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종편 가운데 보도의 공정성을 지켜내며 잘하는 곳이 있다면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견인하는 게 필요하고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종편은 퇴출시키는 게 맞다”고 밝혔다.

오늘날 종편원천무효 논리를 무의미하게 만든 건 JTBC만이 아니다. 추혜선 총장은 “종편반대 명분을 잃게 만든 건 지상파3사다. 공영방송은 공론장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 환경에 무력하게 장악됐다”고 비판하며 “공영방송의 재난보도는 과연 누구를 구조했나”라고 되물었다.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 또한 “JTBC의 보도 조건을 만들어 준 곳은 공영방송이다. 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으니 국민들 입장에선 가려운 곳을 긁어줄 곳이 필요했고, 여기에 자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일 언론학 박사 역시 “JTBC의 뉴스 차별화는 넓은 의미에서 JTBC의 상업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상파가 JTBC를 키워주고 종편을 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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